[대기업집단 SWOT 분석 17] S-OIL, 아람코로부터 안정적 원유 공급…국제유가 등 외부변수 취약

2019-06-1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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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유 포트폴리오 강화…글로벌 시장 공급↑ 수요↓

업황 다운사이클 직면…RUC&ODC로 고부가제품 승부

[사진=백승룡 기자]

[데일리동방] ◆공정거래위원회가 5월 15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주요 기업의 산적한 과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3~4세 시대 개막과 경영권 문제,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제품 경쟁력 회복 등 내부의 약점과 외부 위협을 기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데일리동방은 대기업집단을 SWOT(강점・약점・기회・위협)으로 구분해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S-OIL그룹은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석유사업으로만 구성된 기업집단이다. 계열사도 S-OIL, S-OIL토탈윤활유, 동북화학 등 3개에 불과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집단 가운데 가장 적은 계열사를 거느리고도 당당하게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 장점 : 안정적인 원유수입…비정유 포트폴리오까지

S-OIL은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질 좋은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S-OIL이 '구도일'(Good-Oil)이라는 캐릭터를 활용해 '좋은 기름이니까'라며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사우디 아람코는 S-OIL 지분 63.41%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국내 정유업계에서 '질 좋은 원유'라는 강점이 이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정유사는 불순물이 많더라도 값싼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등 고부가 석유제품을 만들어내는 고도화 설비를 잘 갖췄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등 국제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사우디 아람코에서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S-OIL은 비(非)정유사업인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도 빠르게 다각화했다. 올해 1분기 S-OIL 매출 5조4262억원 가운데 영업이익은 2704억원. 이 중에서 석유화학·윤활기유 등 비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은 1796억원으로 66.4% 비중을 차지했다. 이미 기존 정유부문 보다 새롭게 영역을 넓힌 비정유부문에서 더 큰 수익을 가져오는 구조가 됐다. 특히 5조원을 투자한 'RUC&ODC 프로젝트'를 지난해 완공, 파라자일렌(PX) 등 방향족 제품군을 넘어 폴리프로필렌(PP), 프로필렌옥사이드(PO) 등 석유화학부문의 올레핀계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바 있다.

◇ 단점 : 여전히 외부변수에 취약한 사업구조

정유업은 기본적으로 국제유가·환율 등 외부변수에 취약하다. 지난해 4분기에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S-OIL을 포함한 국내 정유4사는 일제히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S-OIL의 경우 4분기 여파로 인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6395억원에 그쳐 전년동기 1조 3733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비록 석유화학·윤활기유 등 비정유부문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유부문의 실적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정유업보다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비정유부문도 외부변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S-OIL을 비롯한 정유4사가 석유화학 부문에서 주력으로 삼고 있는 파라자일렌(PX) 제품이 최근 공급과잉에 놓였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 석유화학업체 헝리에서 올 1분기 250만t 규모의 PX 설비를 가동했기 때문이다. 국제 PX가격에서 원료인 납사가격을 뺀 t당 스프레드(제품마진)는 기존 500~600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350달러 선으로 급락했다. S-OIL이 보유한 전체 석유화학제품 생산량 355만5000t 가운데 PX생산량은 185만t으로 52%에 달해 2분기 실적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 기회 : IMO 선박연료 규제…저유황유↑·고유황유↓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 1월부터 'IMO 2020'을 시행, 전세계 모든 바다에서 선박용 연료의 황 함유량 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키로 했다. 선박으로 인한 해양오염을 막기 위한 취지다. 이에 따라 해운사들은 선박에 탈황설비(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황 함유율이 0.5% 이하인 저유황유를 써야 한다. S-OIL 등 정유사들은 그동안 해운업계에 값싼 벙커C유를 판매해왔지만, 앞으로 판매제품이 저유황유로 바뀌면 수익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S-OIL은 저유황유 설비를 확대하기 보다는 활용가치가 없어지는 고유황유를 처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존 설비로도 'IMO 2020'으로 인한 저유황유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OIL 관계자는 "IMO 2020을 앞두고 저유황유 설비를 늘리기 보다는 값어치가 떨어지는 고유황유를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RUC&ODC 프로젝트를 통해 고유황유 등 잔사유를 원료로 활용, 프로필렌·휘발유 등 고부가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위협 : 美 셰일 확대…中 석유화학 설비 증설

지난해 4분기 국내 정유업계가 일제히 적자로 내려앉았던 원인은 '정제마진 약세' 때문이었다. 미국 휘발유 생산량이 늘어 글로벌 공급과잉에 처했던 것. 정제마진은 올 1분기 소폭 상승하면서 정유업계가 적자를 탈출할 수 있었지만, 2분기 들어 다시 하락세에 들어섰다. 미국 셰일 유전에서 대량으로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조사기관 '라이스타드에너지'는 지난달 미국에서만 하루 1250만 배럴을 생산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전체에서 하루 생산하는 양이 2990만 배럴임을 감안하면 미국의 생산량은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글로벌 공급증가로 인해 S-OIL을 포함한 정유업계는 이번 2분기에도 정유사업에서 실적이 악화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석유화학 설비를 공격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 PX설비 250만t 규모를 증설한 중국 헝리계열사는 올 하반기에도 동일한 250만t 규모의 설비를 증설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석유화학 수출시장인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자급률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이래로 정유·화학 호황을 타고 상승세를 거듭해온 S-OIL은 업황 다운사이클에 직면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공급은 늘어나고 있어 만성적인 위협요인인 외부변수를 타개해나가는 것이 여전한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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