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된 자금은 차입금 상환 목적으로 호텔롯데의 재무구조 개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상당규모의 투자가 예정된 호텔롯데의 재무안정성 저하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각각 만기 3년물 400억원, 5년물 400억원, 10년물 300억원 등 총 11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8600억원의 유효수요를 확보했다. 호텔롯데는 민평금리 보다 각각 10bp, 15bp, 55bp 가량 조달비용을 낮췄다.
◆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
호텔롯데는 호텔, 면세점, 테마파크, 리조트·골프장 등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호텔과 면세사업에서 국내 최대 사업자 지위를 보유해 사업 안정성이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호텔·면세사업이 무너지자 호텔롯데 전체가 휘청이기 시작했다.
2015년 이후 사업자 증가에 따른 경쟁심화로 면세사업 채산성이 하락했다. 호텔사업도 연평균 15.6% 성장률을 보이면서 공급량이 증가했다. 더불어 일본 관광객 감소, 다수 신규호텔 개관에 따르른 고정비 증가 등으로 영업적자를 나타내면서 전체적인 수익성이 약화됐다.
특히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에 따른 중국 관광객 급감, 인천공항면세점 임차료 급증 등의 영향이 컸다. 면세부문은 2016년 대비 마진이 48% 축소됐고 호텔사업도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전사 기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따이공(보따리상) 구매액 증가, 인천공항 제1터미널(T1) 면세점 철수에 따른 임차료 감소 등을 바탕으로 절대적인 이익원천인 면세사업 채산성이 2부기부터 회복되면서 전사 기준 1.8%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호텔롯데는 매출외형 성장세는 유지했으나 수량할인과 유치를 위한 수수료부담으로 부진한 실적을 타나내고 있다.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지난해 3910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가량 회복됐지만 여전히 2016년(5361억원)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송범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T1 면세점 철수 결정시 중기적으로 실적의 하방경직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고 현재까지 이에 부합하고 있다”며 “다만 T1 면세점 철수로 인해 매출과 MS(market share)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호텔롯데가 강점을 보유한 시내면세점에서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해외 사업장을 적극 확대하고 있어 관련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임차료 절감 효과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대규모 투자로 차입금 부담 · 잉여현금흐름 적자
호텔롯데는 2015년 뉴욕호텔(약 9000억원), 롯데렌탈 지분인수(약 2000억원) 등 재무적투자(CAPEX), 지분인수를 포함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다. 이에 2014년 말 기준 1조9000억원인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4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 IFRS 회계기준 변경영향으로 약 1조6000억원의 리스부채도 인식됐다. 따라서 2019년 1분기 기준 호텔롯데의 순차입금은 5조9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호텔롯데는 과거 다각화된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2014년부터 2016년 5000억원 내외의 EBITDA를 지속적으로 창출했다. 그러나 차입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사업환경 악화로 영업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자금창출력 대비 차입금부담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 시그니엘호텔 개관, 지난해 1월 인천공항 T2 면세점 개장 등 대규모 투자는 일단락됐다. 중기적인 시서투자부담도 이전 대비 완화됐다. 2018년 이후로 수익성이 다소 회복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 보유중인 롯데케미칼 지분을 약 1조1000억원에 롯데지주에 매각하고 조달된 자금으로 6000억원 이상의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호텔롯데는 잉여현금흐름(FCF)이 해마다 4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국내외 호텔 확장과 부동산 개발, 해외면세점 진출 등 투자가 확대되고 운전자본 부담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내년까지 상당규모의 투자가 예정돼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기업공개도 추진 도중 심사를 철회해 중단된 상황이다. 중기적으로 재차 IPO를 추진할 계획이지만 최근 부정적인 사업환경 등을 감안하면 재추진과 최종 완료시점의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송범석 수석연구원은 “단기간 내 수익성 개선을 바탕으로 차입금 상환을 통한 유의미한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모채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시장이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신용등급이 우수한 우량기업은 은행 대출금리 보다 낮은 금리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회사채 발행이 늘고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금리 기조에 회사채 발행량을 무리하게 늘리면 이 역시 부채인만큼 이자 부담이라는 부작용도 우려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