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안으로 들어서자 택배상자가 컨베이어 라인 옆으로 수북이 쌓여있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일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택배기사들이 쉴틈 없이 바쁘게 움직일 것이란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간 순간이다. 터미널 뒤쪽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 여유로운 택배기사들의 모습이 그제야 눈에 띄었다.
이들의 여유는 CJ대한통운이 자체 개발한 물류자동분류장치인 ‘휠소터’로 인해 가능했다. 컨베이어 라인 옆에 쌓인 택배 상자들은 사람의 손이 아닌 휠소터를 타고 배송돼야 할 구역으로 착착 방향을 전환해 이동했다. 택배 기사들은 그제야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휠소터를 타고 자신의 구역에 도착한 물품이 배송차량 앞에 도우미 손을 통해 쌓여지면 배송에 나설 채비를 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육상운송, 항만하역, 국제물류, 중량물 운송 등 물류 전영역을 맡고 있다. 물류사업만 89년째인 만큼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다. 한국통합물류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은 2014년 38%에서 지난해 48.2%로 집계됐다. 올 1분기는 47.1%를 기록했다.
실제로 기사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김성철씨(남‧가명‧33‧서울 가양동)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을 맡고 있는데, 전에는 다른 택배사와 계약했는데 아침 택배 분류 작업이 힘들었다”며 “7개월간 자동분류시스템이 있는 CJ대한통운에 들어오려 대기했는데, 이제야 공석이 나서 다행”이라며 웃어보였다.
터미널 곳곳에서 CJ대한통운 조끼를 입지않고 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분류 도우미들이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택배기사들은 오전 분류 작업 시간에 개인적으로 ‘물품 분류 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다. 휠소터가 물품을 자동 분류하지만, 좀 더 세밀한 분류와 배송차량 앞에 택배상자를 쌓아두는 작업은 사람이 해야 한다. 40대 여성들이 특히 많이 보였다. 부녀회 등 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물품 분류 도우미인 강서영씨(여‧가명‧43‧부천시 오정동)는 “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소개받았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오전 시간에 틈새 일자리를 얻어 다행”이라면서 “다만 생각보다 무거운 물품으로 다칠 수도 있지만 분류 도우미는 보험가입이 되기 힘든 상태다.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사업본부장은 “2016년 말 물류자동분류 시스템을 도입해 현재 전국의 178곳 서브터미널 중 166곳에 설치된 상태”며 “이젠 서브 자동화로 한두 명만 나와도 분류가 가능하다. 전체적으로 택배기사 작업 강도가 개선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게 됐고 이는 결국 택배기사의 수익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