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무역갈등 및 화웨이를 둘러싼 기술패권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본은 조용히 실익을 챙기고 있다. 미국편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과의 밀월 경제협력은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분쟁 이후 중국 내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이로 인해 일본기업의 탈(脫)중국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국내 언론에서 보도한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정치외교적인 이슈를 떠나 엄청난 중국 내수시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중국 CATL, 비야디(BYD) 등과 전기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2020년부터 CATL, 비야디 등 중국 전기 자동차에 도요타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 시장이자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는, 어쩌면 당연한 기업의 행보일 것이다. 반면 삼성 SDI나 LG화학의 중국시장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추세다. 외교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중·일 3국 관계 속에서도 중·일 양국은 자국의 실리를 위해 스스럼없이 손을 잡고 있다. 이미 작년 10월 아베 총리 방중 때 양국의 기업인 1000명이 모여 경제포럼이 진행된 바 있고, 차세대 친환경차인 수소차의 전반적인 협력과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의 우수한 기술과 중국의 막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수소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이른바 ‘강강연합(强强聯合)’ 전략이다.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일본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참여하겠다고 중국에 약속한 바 있다. 더 나아가 2020년 도쿄 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장자커우 동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협력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한·중 벤처창업기술의 개방형 혁신’이란 무엇인가? 양국 간 연구개발(R&D) 단계에서부터 상용화에 이르는 기술혁신의 모든 과정에서 정부, 기업, 대학 등 외부의 기술이나 지식,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고 활용함으로써 기술혁신의 비용을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중 양국 간 벤처창업 협력을 통해 기술혁신의 효용성과 부가가치 창출을 최적화·극대화시켜 나가는 기술혁신 협력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각국이 소유하고 있는 벤처혁신기술을 상대국에 지분투자하거나 상대국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업화를 시장에 맞게 다각화하고, 그로 인한 로열티 수입을 통해 상호 수익을 창출하는 상호 윈윈의 협력모델이 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이스라엘, 유럽 등 다양한 국가와 벤처창업 개방형 혁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중국과 이스라엘 간 개방형 혁신 협력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의 허가 아래 2015년 3월 알리바바는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디지털 미디어, 반도체, 사이버 보안 등 분야 전문 벤처투자사에 1500만 달러를 투자해 이스라엘 벤처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한 광둥성 광저우시는 이스라엘 로봇협회와 협력, 광저우 개발구에 ‘중국-이스라엘 로봇 연구원’을 설립해 양국 간 로봇산업 벤처창업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중국 칭화대를 기반으로 중국 내 7개 대학과 이스라엘 7개 대학 공동으로 칭화대학 내 ‘중국-이스라엘 혁신창업기지’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동 혁신창업기지를 통해 중국-이스라엘 간 공동창업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협력모델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중국과 유럽 간 개방형 혁신 협력도 더욱 강화되는 추세이다. 한국만 제외되는 분위기이다. 우선 양국 자본이 함께 결합되어야만 한다.
정체되어 있는 한·중 간 공동벤처창업기업 육성 및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공동 정책펀드 조성사업을 가속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제 단순히 중국시장만 바라보는 협력형태는 의미가 없다. 과거의 한·중 경제협력은 정부 혹은 기업 개별 주체들 간 협력과 교류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미래의 한·중 경제협력은 기술자원과 데이터가 집중되고, 공동된 자금을 기반으로 다양한 주체들이 벤처창업 혁신을 구상→창출→확산하는 플랫폼 협력이 진행되어야 한다. 나 홀로 성장과 혁신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기존의 한·중 경제협력의 틀을 깨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