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과 매우 잘 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보내온 친서에 대해 "그것은 매우 멋진 친서였다. 따뜻한 친서였다. 나는 그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당시 북한과 전쟁을 치를 것처럼 보였다. 모든 사람이 그 걸 알 것"이라며 "우리는 매우 거친 관계로 시작했지만 나는 지금은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정말이지 핵실험이 없었다"고 말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이어가고 싶고 준비돼 있다"며 1년 전 북·미 정상이 채택한 싱가포르 성명이 결실을 이루기 위한 실질적 진전이 정상회담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또한 이날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비공개 회동 직후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와 조의 표명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여준다”며 향후 대북 협상과 관련한 우호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이런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서로 유화 제스처를 통해 본격적인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김 위원장의 친서는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대화가 중단된 지 103일 만에 왔다. 비핵화 협상 동력이 약해지는 시점에 친서 외교 재개가 경색 국면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 북·미 정상 간 친서 외교는 1, 2차 회담 성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양국의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마다 친서가 전환점 역할을 했다. 지난 5월에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양측이 친서를 주고받으며 협상의 돌파구를 찾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번 친서가 북한이 하노이 회담 실패에 대한 내부 평가와 실무협상팀 재편 등을 마치고 다시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도 해석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북·미 3차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고 북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날 “남·북,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협상재개가 임박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물론 협상이 당장 급물살을 타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비핵화 방식을 놓고 미국의 ‘빅딜’ 요구와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결이라는 간극이 여전히 크며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측이 북한의 완벽한 입장 변화가 없는 이상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일단 미국은 하노이 회담 이후 ‘최대 압박과 관여’라는 강온전략을 펼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에는 긍정적인 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우선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과 7월 말∼8월 초 태국에서 열리는 ARF 외교장관회담이 대북 문제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이번 G20 정상회담을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함께 방한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위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