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관세를 테이블에 올려놓자마자 해결됐다. 이틀이 걸렸다"고 말했다. "만약 관세가 없었다면 우리는 멕시코와 합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멕시코와의 싸움에서 관세를 무기로 승리를 얻어냈다는 주장인 셈이다.
멕시코 합의가 불법이민 억제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관세를 효과적인 무기로 내세우던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은 한층 더 고조된 것 같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관세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프랑스를 향해서도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이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지 못할 경우 나머지 3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새로 부과할 것이며, 관세율은 25%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가 미국산 와인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도 불만을 터뜨리면서 프랑스에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인식은 지난주 멕시코 관세 저지를 궁리하던 공화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에서도 드러났다. 지난주 영국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의원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관세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돈이 있고 물건이 있고 모든 이들이 원하는 걸 갖고 있다면 관세를 쓰기에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그게 바로 우리"라고 강조했다.
WP는 외교 애널리스트와 이코노미스트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행보는 앞으로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를 향해서도 관세 무기화 전략을 더 강화하겠다는 뚜렷한 신호로 읽힌다고 전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무역협상을 하고 있는 유럽연합(EU)과 일본을 상대로 수입차·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위협한 상황이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리처드 폰테인 소장은 "마치 관세가 커다란 망치고 모든 외교 문제는 못처럼 보인다"면서, "관세는 만나주지 않는 외국 정상에 대한 답이자, 이민 문제에 대한 답이자, 무역 문제에 대한 답이다. 다방면의 답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멕시코 관세를 부과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이 거센 반발에 적잖이 놀랐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케빈 닐러 스코크로프트그룹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모호한 합의로 관세를 유예한 데에는 내부적으로 커다란 저항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했다. 대중 관세가 초당적 지지를 얻은 것과 달리 멕시코 관세는 공화당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산업 관계자들은 멕시코 관세 부과시 소송도 불사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닐러 애널리스트는 내년 대선 승리로 연임을 목표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지지자 결집을 위해 관세를 더 휘두르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