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이 일본 여성에 비해 가족구성과 가족돌봄 등에서 비교적 큰 부담을 느낀다는 조사결과가 10일 나왔다.
일각에서는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표출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은 '돌봄자'라는 고정화된 성별분업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저출산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고, 향후 저출산정책이 성평등정책과 가족정책, 고용정책, 사회복지정책 등과 유기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하 여성연)은 지난해 7~8월 서울과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25~44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과 일본 2040세대의 결혼 및 가족가치관 조사결과'(±2.19%포인트, 95% 신뢰수준
)를 이날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여성연은 "일본이 오랜 기간 저출산을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젠더이슈, 가족변화에 있어 우리나라와 유사하면서도 차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또한 1990년대부터 저출산 관련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도입·추진하고 있어 비교국가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 여성은 일본 여성에 비해 성평등한 사회에 대한 기대가 높고 △전통적인 가족모델의 해체 △가족 내 성평등한 젠더관계 형성 △성평등한 노동참여 요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 여성의 현재 삶은 여전히 전통적인 성별분업(남성 생계부양자, 여성 돌봄자)과 일 중심적인 기업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어 본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의 형태와 '현실적인 삶'의 형태 간 괴리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한국 여성은 일본 여성에 비해 결혼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며(한국 64.0%, 일본 32.3%) 결혼보다 본인의 성취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한 비율(한국 44.4%, 일본 28.2%)이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결혼해 전업주부로 살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한국 18.8%, 일본 27.4%)이 매우 낮았다.
한국 여성은 또 일본 여성에 비해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 '자녀는 부모에게 재정적 부담이다'(한국 61.2%, 일본 36.6%), '자녀가 있으면 부모의 취업 및 경력기회에 제약이 된다'(한국 77.2%, 일본 35.6%)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와 함께 한국 여성 응답자의 절반가량(45.4%)이 현재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이 어렵다고 응답했으며 양국 모두 노후 경제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불안도 상당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한국 여성 82.0%, 일본 여성 78.9%).
이에 여성연은 "저출산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성평등 확산, 가족구성의 선택권과 다양성 보장, 젠더역할 및 관계의 변화, 고용상의 제반 성차별 해소 등이 요구된다"며 "동시에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 현재의 부모, 미래의 부모, 미래세대 모두에게 미래사회에 대한 강력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