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보아는 목통증이 며칠간 입원을 할 정도로 심했다. 하지만 이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참가신청서를 제출한 후라서 철회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미 참가자 명단도 공지가 떠 ‘죄송한 마음’에 대회 출전을 강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김보아는 이 대회에서 덜컥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너무 아팠지만, 기권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출전했는데 우승했다”며 “솔직히 두 번째 우승이 이렇게 빨리 찾아와 너무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김보아는 지난 4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우승을 눈앞에 두고 1m가 채 남지 않은 파 퍼트를 놓쳐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픈 기억을 딛고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약 50일 전 ‘1m 악몽’이 쓴 약이 됐다. 김보아는 “그 대회 때 우승을 놓쳐 아쉽긴 했지만, 그때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기대를 안 했는데 2위라는 좋은 성적을 내 자신감을 안긴 대회였다”며 “오늘도 그때 상황과 비슷해 ‘우승 때문에 앞서 나가지 말자’는 생각으로 내 마음을 잘 컨트롤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퍼트 실패 이후 오늘은 편안하게 실수를 줄이자는 마음으로 임해 경기가 잘 됐다”고 덧붙였다.
사실 김보아는 퍼트를 잘하는 선수다. 지난해 평균 퍼팅 2위를 기록했고, 올해에도 이 부문 10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강점은 멘탈이라고 스스로 자부한다. 김보아는 안 좋은 샷이 나오면 ‘이건 너 탓이 아니야’라고 자기최면을 건다. 경기 도중에는 절대 리더보드도 보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마지막 18번 홀 그린에 올라서야 김지영2에게 1타 차로 앞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보아는 “마지막 순간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1번부터 18번 홀까지 동일한 상황에서 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경기를 끌고 갈 수 있는 차분함이 다른 선수들보다 더 나은 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마지막 챔피언 퍼트를 앞두고도 “퍼트가 또 빠져도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이젠 내 마음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조금 생긴 것 같다”고 뿌듯해 했다.
김보아는 시즌 2승이 목표다.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13일 개막하는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다. 한 주 휴식을 취한 뒤 이 대회에 집중할 계획. 김보아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내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권도 따냈다. 김보아는 “하와이 대회는 무조건 가겠다”며 “대회 코스는 안 쳐 봤지만, 하와이에서 전지훈련을 많이 해 바람이 부는 환경에서 자신이 있고 익숙한 장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