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오!”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발돋움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전설적인 그룹 ‘퀸’으로 빙의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1985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에서 팬들과 함께 목을 푸는 명장면이다.
방탄소년단이 왜 세계적인 뮤지션인 지 입증한 ‘21세기 비틀스’의 재림이었다. 방탄소년단의 목소리, 몸짓, 숨소리 하나, 하나에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팬들은 고막을 찢을 듯한 환호성으로 열광했다.
1923년 대영제국 박람회장으로 세워진 웸블리 스타디움은 한때 손흥민이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홈구장으로 사용됐던 곳으로 ‘팝의 성지’로도 불린다. 대관 자체가 세계적인 인지도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국내 팬들에게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하이라이트 공연으로 잘 알려졌다. 이곳을 거쳐 간 세계적인 팝스타들만 해도 비틀스, 엘튼 존, 퀸, 데이비드 보위, 마이클 잭슨, 오아시스 등 전설들이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한 한국 가수는 방탄소년단이 최초다. 이틀간 12만석의 티켓 판매는 개시 동시에 매진됐고, 이곳에서 공연한 팝스타 가운데 12번째 완판 기록을 썼다. 또 전 세계로 네이버V앱을 통해 유료 인터넷 생중계된 이번 공연은 동시접속자 수가 최다 14만명을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반영했다.
이곳에 태극기가 펄럭이며 방탄소년단이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방탄소년단이 강렬한 힙합곡 ‘디오니소스’로 공연의 첫 장을 열자 팬들은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RM은 강한 영국식 악센트로 “아름다운 밤이다. 우리 공연에 온 걸 환영한다”고 첫인사를 던지며 역사적인 첫 공연의 서막을 알렸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멤버별 솔로곡을 비롯해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쩔어’, ‘뱁새’, ‘불타오르네’, ‘아이돌’, ‘페이크 러브’(Fake Love) 등 히트곡 24곡을 쉬지 않고 2시간 40분 동안 부르며 화려하고 창의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영국은 물론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리투아니아 등 유럽 전역에서 팬들이 몰려든 웸블리 스타디움은 공식응원봉인 ‘아미밤’의 불빛으로 물들었다. 팬들은 한국어 가사를 완벽히 따라 불렀고, 방탄소년단의 춤동작을 따라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무대 장치도 ‘21세기 비틀스’의 수식어에 걸맞았다. ‘디오니소스’ 무대에 등장한 표범, 지민의 솔로곡 ‘세렌디피티’ 무대에 나온 거대한 구(球)와 ‘앙팡맨’의 미끄럼틀은 ABR(Aero Ballon Robot) 장치를 활용했다. 또 RM의 ‘트리비아 승(承): 러브(LOVE)’ 무대에는 AR(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끊임없이 팬들과 소통하며 공연을 이어갔다. 공연이 막바지로 치달으며 열기가 고조되자 지민은 “오늘 정말 아름다운 날이었죠. 가슴 깊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라며 “우리는 여러분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어요”라고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어 슈가는 “드디어 웸블리네요. 사실 저도 TV로만 봤었어요. 정말 런던은 항상 제게 잊지 못할 충격을 남겨주시네요”라며 “오늘 즐거우셨나요? 오늘을 절대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외쳤다. 뷔는 “오늘 밤 이 기분을 평생 기억하겠다”며 감격했고, 제이홉도 “이 순간을 아미와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울먹였다. 정국은 “앞으로도 이 여정을 함께하자”며 팬들과 눈을 맞췄다.
특히 리더 RM은 “모두가 빌보드 차트를 말할 때 정말 고마웠지만, 사실 더 놀랐던 건 우리가 영국(UK) 차트에 올랐을 때였다. 여러분은 언제나 역사적으로 대단한 뮤지션을 배출했다. 그래서 영국은 내게 더욱 소중한 곳”이라며 “여러분은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해도 된다는 살아있는 증거다. 방탄소년단은 앞으로도 여러분을 위해 노래하겠다”고 약속해 의미를 더했다.
역사적인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첫날을 성황리에 마친 방탄소년단은 오는 7∼8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월드 투어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