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90조원으로 올해 2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간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되자 정부가 나서서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그러자 금융지주사들도 퇴직연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신한금융그룹이다. 신한금융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2조1000억원으로 업계 1위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달 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신한생명 등 계열사별 퇴직연금 관리를 통합하는 취지로 '퇴직연금 매트릭스'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달 중 출범 예정인 '신한금융 퇴직연금 기획실'(가칭)이 컨트롤타워가 돼 계열사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퇴직연금 솔루션'을 선보인다. 특히 수수료 체계를 개편해 고객 유치에 나선다. 퇴직연금이 장기상품인 점을 반영해 5년 또는 10년 이상 장기가입 고객에게 단계적으로 수수료를 낮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고객이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가입하면 대면 방식보다 수수료를 낮게 받고, 20~30대 젊은층에겐 수수료 할인 혜택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21조7000억원으로 업계 2위인 KB금융그룹도 '연금 대표 금융그룹'을 선포하며 역량을 모으고 있다. KB금융은 전날 KB국민은행, KB증권, KB생명보험 등 계열사별 퇴직연금 사업을 총괄하는 연금본부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KB연금본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투자은행 부문과 비은행 부문의 시너지를 이끌어 특화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고객이 확정기여형(DC)과 IRP 형태로 각각 가입하면 '자산관리 컨설팅센터'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우리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은행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퇴직연금 담당부서의 수익률 전담팀을 3분기 내 '퇴직연금 자산관리센터'로 확대·개편한다. KEB하나은행도 최근 고객에게 일대일 자산관리와 연금 수익률 상담 등을 전담하는 센터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권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의중인 '기금형 퇴직연금'에 주시하고 있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에 대한 '디폴트 옵션' 등도 논의선상에 올랐다. 이 제도가 운영되면 금융지주사들의 수익률 경쟁이 더 과열될 전망이다.
수익률 편차에 따라 어떤 회사에 자산을 맡길지를 고객들이 선택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비은행 계열사가 탄탄한 신한금융과 KB금융이 두각을 보일 것"이라며 "퇴직연금 사업에 대한 정부 기준안이 마련되면 그에 맞는 자산운용 방식을 갖춰야 하므로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