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김정관(58)씨는 올해 초 일자리를 잃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인력을 줄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년 이후에도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해왔던 터라 배신감도 컸다. 김씨는 정년을 채우기 보단 당장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급선무다.
최대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고용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지난해 생산가능인구마저도 통계작성 이래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부랴부랴 경제 2기팀이 꺼내든 카드는 정년 연장 등에 대한 대책 논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년퇴직' 조차도 쉽지 않다. 경기불황과 개인 사정으로 퇴직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정년 연장은 먼 얘기로 들린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고령자 취업전선을 안일하게 본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이어 △건강악화 20% △가족 돌봄 15.8%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 11.2% △기타 11.7% 순이다. 정년 퇴직은 7.5%에 그치는 수준이다. 정년보다는 경기 불황과 개인 사정에 따른 퇴직이 주된 이유였다는 얘기다.
남성의 경우, 명퇴나 휴폐업 등 경기 불황에 따른 비자발적 퇴직이 무려 56.3%에 달한다. 여성은 가족돌봄·건강악화·근로의욕 약화 등 자발적인 퇴직 사유가 55.5%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제조업 등 국내 산업이 전반적으로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기업들 역시 일자리를 늘릴 여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책 마련을 위해 올해 범정부 차원으로 꾸려진 '인구 정책 TF'는 최근 정년을 넘긴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해당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임금 일부를 국가예산으로 보조하거나 해당 기업엔 세제 지원을 해주는 차원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같은 대책이 실제 고령자의 고용기간을 늘리고 실업을 늘려줄 지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시적인 재정 지원이라는 얘기다
현 정부들어 공공분야 일자리를 늘려놓은 상태에서 민간보다는 공공부문 정년만 늘리는 결과만 낳을 것이란 시각도 포착된다.
민간기업의 한 임원은 "당장 경영이 어려운데,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직간접적인 출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고용인력을 유지하거나 더 늘리는 상황이 될 텐데, 1~2년 뒤에도 정부가 뒷감당을 해줄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연구위원은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 선제적인 경기활성화 없이는 정년 연장에 따른 인센티브에 관심을 가질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고령인구의 근로의욕 역시 약해지기 때문에 이들에게 근로 동기를 줄 수 있는 기회 역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