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新격랑시대] 트럼프의 '피벗투아시아'…진짜 혈투는 이제 시작

2019-05-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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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미·중 아시아 패권싸움…美 아시아로 외교중심 이동

"중국 막을 마지막 기회일 수도"…미국 내 반중정서 ↑

"진짜 피벗투아시아(Pivot to Asia)가 왔다"

중국정책 전문가 J. 마이클 콜은 지난해 10월 미국 안보매체인 내셔널인터레스트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피벗투아시아는 과거 버락 오바마 정권의 외교정책이었다. 중심축을 아시아로 옮긴다는 뜻이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이 서방국가들과 각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미국에서는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정권은 중동·유럽·러시아 이슈에 발목이 잡힌 채 아시아로 외교중심을 이동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뒤 판세는 달라지고 있다. 취임 3년차에 접어든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와 경제 모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으로 정책의 이름은 달라졌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진정한 '피벗투아시아'를 현실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이클 오슬린 미국 후버 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피벗투아시아'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아시아 안심법안’을 대표적 예로 들었다. 미국이 일본, 인도,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및 동남아 동맹 국가와 지역에 대한 군사·외교·경제적 관여 강화를 위해 2023년까지 연간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지출을 승인한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오슬린 연구위원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전략과 달리 이 정책은 중국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태평양에 미국이 돌아왔다"···中 영유권분쟁 지역에 군함 보내 영향력 과시

대만 영문매체인 타이완센티넬의 편집장이기도 한 콜은 "인도-태평양 지역은 1930년대 이후 구축된 국제자유주의질서가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지역"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로 중심축을 옮겨오겠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이 지역 내에서 수년간 미국의 영향력은 공백 상태였다"면서 "마침내 미국이 돌아왔다. 그리고 이미 미국의 귀환이 미치는 영향력이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손을 놓은 사이 중국은 2013년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여기에는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포함돼 일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게다가 분쟁이 일고 있는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면서, 실질적 지배를 시작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과의 긴장을 초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도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미국 군함 2척이 중국과 대만 사이에 있는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이날 대만해협을 통과한 미군선 선박은 해군 구축함 '프레블'과 해군 유조선 '월터 S.딜'이라고 미군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외신은 전했다.

클레이 도스 미국 해군 7함대 대변인은 "이들 배가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의지를 반영한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중국은 타국의 대만해협 통과에 대해 '불법'이라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대만해협에 군함을 보내면서 중국의 해양 영유권 주장을 견제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미국 군함은 5차례나 대만해협을 지나갔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동남아 국가의 영유권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들에도 반복적으로 자국 군함을 보내면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中의 경제성장은 美의 정책실패"···트럼프식 압박 옹호 ↑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으로는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아섰다. 이미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중국산 제품에 45%에 달하는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약속은 온전히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에 수출되는 중국 수출품 전체에 25%에 달하는 관세가 매겨질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미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은 25%의 관세 부담을 진다. 

트럼프 임기초 그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비판은 높았다. 오히려 미국 경제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민족주의'를 앞세우자, 미국 내에서도 대중 강경론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MSI글로벌의 마이클 이바노비치 사장은 26일 CNBC 기고문을 통해 "냉전이후 미국은 중국의 시장경제와 민주화를 돕기 위해 애썼지만, 중국은 미국 시장으로의 자유로운 접근, 기술이전 등 만을 챙기면서 외환보유고를 늘렸다"면서 "미국 투자 덕분에 중국은 단순제조업 국가에서 벗어난 첨단기술, 통신, 우주 등 여러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바노비치는 "미국이 방심한 사이 중국의 경제는 대담하게 질주했으며, 이것이 일으키는 정치·안보적 문제를 미국은 뒤늦게 깨달았다"면서 "중국은 최근 무역갈등에서 조화로운 공존을 외치고 있지만 이것은 중국 국민들에게 먹힐 지는 몰라도 미국, 유럽과 다른 나라에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의 불합리성을 자각하기 시작했으며, 결코 예전처럼 느슨한 대중정책을 더이상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대중정책에 동의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WSJ은 지난 12일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중국에 관한 한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통상관료 출신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빌 라인시 선임고문은 WSJ에 "과거 3~4년간 경제계를 포함해 대부분의 곳에서 반(反)중국 정서가 굳어졌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발표하자 "중국에 완강하게 버텨야한다"고 지지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후버 연구소의 오슬린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는 미국을 대신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국으로 자리잡는 날을 당기려 하고 있으며, 미국의 동맹국들은 중국의 광역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 지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면서 "트럼프의 ‘피벗투아시아'는 이런 결과를 막을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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