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엔터프라이즈] 속도 빠른 카카오 '클레이튼', 퍼블릭 블록체인 생태계 바꾼다

2019-05-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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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그라운드X, 내달 메인넷 공개... 암호화폐 '클레이' 발행 규모는 미정

3월 테스트보다 성능 강화에 집중, 파트너와 차세대 디앱 개발 한창

결제, 금융, 유통, O2O(Online to Offline) 등 한국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카카오가 빠르면 오는 6월말 자회사를 통해 블록체인 메인넷을 공개한다. 기존의 카카오 모바일 생태계와 별도로 돌아가는 디앱(DApp, 분산형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구축하고, 디앱 생태계에서 화폐처럼 이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발행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독자적인 결제, 유통, 보상 시스템을 만들려는 계획이다.
 
모바일 업체들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활용해 독자적인 결제 생태계 구축에 나서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글로벌 모바일 서비스의 대표주자인 페이스북은 2020년 전 세계 10여개국 출시를 목표로 암호화폐 '글로벌 코인'과 연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제 4 이동통신사 설립에 나선 일본 2위 온라인 유통업체 '라쿠텐'도 마일리지 프로그램인 '슈퍼포인트'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암호화폐로 전환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모바일 업체들이 선보인 디앱과 암호화폐를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사진=그라운드X 제공]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암호화폐 발행 위한 1년 3개월간 여정
 
암호화폐의 광풍이 한국을 강타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2018년 3월 16일, 카카오는 일본에 블록체인을 연구하는 자회사 '그라운드X(Ground X)'를 설립했다. 새 법인의 대표로 한재선 퓨처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했다. 처음에는 거품 논란에 휩싸인 기존 암호화폐 시장과 선을 긋기 위해 암호화폐 발행 대신 디앱과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같은해 10월 그라운드X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대표적인 암호화폐처럼 독자적인 블록체인 생태계(메인넷)를 갖춘 '클레이튼(Klaytn)'과 클레이튼 생태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 '클레이(Klay)'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찰흙(Clay)'과 카카오의 영문 이니셜 'K'를 섞어서 만든 이름으로, 기존 블록체인 생태계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야심을 담고 있다.
 
카카오는 발표와 함께 클레이튼의 테스트넷을 일부 파트너사에 공개했다. 테스트넷이란 정식 출시된 메인넷이 블록체인 시스템으로서 제대로 구동하는지 사전에 확인해보는 단계다. 인터넷 서비스 출시에 앞서 진행하는 베타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일반 이용자 대신 개발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테스트넷인 클레이튼 ‘바오밥(Baobab)’ 버전을 내놨다. 카카오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술이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다음 목표는 6월 27일 메인넷을 공개하며 클레이튼을 정식 출시하는 것이다. 암호화폐 클레이는 클레이튼 메인넷이 정식 공개된 후 발행할 계획이다.
 

그라운드X 한재선 대표가 지난 3월 열린 클레이튼 파트너데이에서 개발 상황과 파트너 합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그라운드X 제공]


◆기업을 위한 블록체인 목표, 비트코인·이더리움 뒤잇는 차세대 메인넷
 
그라운드X가 클레이튼을 개발하면서 세운 목표는 '기업을 위한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Service Oriented Enterprise Grade Public Blockchain Platform)'이다. 이더리움, 이오스(EOS) 같은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은 누구나 참여해서 디앱을 개발할 수 있지만, 전체 블록체인 생태계의 성능이 나날이 늘어나는 디앱과 이용자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에 적용된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아예 새로운 메인넷을 만드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진 처리속도가 느리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하이퍼레저' 등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처리속도는 빠르지만, 특정 업체들만 참여해서 디앱을 개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 본연의 목적이 흐려지는 셈이다.
 
클레이튼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많은 디앱과 이용자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블록체인 생태계의 성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작년 처음 공개된 클레이튼은 1초당 최대 1500회의 신호를 처리할 수 있었다. 같은 신호를 처리하는 데 비트코인은 약 1시간, 이더리움은 3~5분 정도가 걸렸다. 테스트 버전만으로도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의 성능을 압도한 것이다.
 
그라운드X는 지난 반년 동안 클레이튼 성능 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3월 공개된 바오밥 버전은 초당 약 3000회 이상의 신호를 처리할 수 있다. 정식 버전은 이보다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포스트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외치며 공개한 해외의 차세대 블록체인 메인넷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그라운드X는 완전한 탈중앙화라는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의 목표를 조금 완화하고, 대신 개발자들이 빠르게 디앱 생태계 규모를 확장할 수 있도록 많은 클레이튼 개발도구도 함께 공개했다.
 
지금까지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앱 생태계는 소규모(인디) 개발사 위주로 진행됐다. 블록체인이 대기업이 원하는 만큼의 성능을 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오죽하면 이더리움의 개발자인 비탈릭 부테린마저 퍼블릭 블록체인의 성능이 (기업이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아마존웹서비스 클라우드와 비교해 수백만 분의 일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라운드X는 향후 클레이튼을 통해 기업이 납득할 만한 성능의 블록체인 개발 환경을 제공한다면, 탈중앙화와 위변조 불가라는 블록체인 본연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디앱 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라운드X는 차세대 앱으로 불리는 디앱의 가능성을 실증하기 위해 왓챠, 위메이드트리, 레이온 등 26개 파트너사와 함께 클레이튼 디앱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사진=아주경제DB]


◆6월말 차세대 블록체인 환경 체감... 암호화폐 일반인 판매 계획 없다
 
그라운드X 한재선 대표는 "카카오 클레이튼이 블록체인 기술의 대중화를 가장 먼저 달성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일반 이용자에게 클레이튼 기반 디앱을 공개할 6월말이면 카카오와 클레이튼이 블록체인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지 체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재 그라운드X에는 약 90명의 직원이 재직 중이다. 지난 3월 IDG캐피탈,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 트랜스링크캐피탈 등 여러 벤처캐피털로부터 총 9000만 달러(약 106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마지막으로 그라운드X는 현재 클레이를 사전 판매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하는 업체는 모두 사기라며, 클레이는 일반 이용자에게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클레이 1차 발행 규모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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