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근 조사에서 2018년 미국 상위 10% 부자가 전체 부(富)의 7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9년 60%에서 10%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상위 1%는 전체 부의 32%를 차지해, 이 역시 20년 전 23%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부자들 사이에서도 부의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토르스텐 슬록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상당히 악화된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연준이 금융시스템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면서 이미 부자인 이들에게 이지머니가 흘러가 더 부자가 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금융위기의 또 다른 여파는 주택이나 주식을 보유한 가계가 줄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자가 소유비율은 64.2%로, 역대 평균인 65.2%를 하회했다.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이후 불의 불평등은 악화되고 있으나 재정정책을 통한 부의 재분배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황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고 봤다.
결국 이 같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부자 증세가 미국 정가의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부유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자본주의로 부를 일군 기업 경영자들도 자본주의의 결함을 인정하면서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창업주는 자본주의가 대부분의 미국인을 위해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부의 불평등이 더 심해지면 1930년대와 같은 경제·사회 격변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홀리크로스 대학교의 에드워드 오도넬 역사학 교수는 부의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건은 막대한 부를 쌓은 일부 자산가만으로 민주주의가 돌아갈 수 있느냐다"라면서 "민주주의 안에서 귀족주의 부상에 대한 공포는 무척 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