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기회 제한, 재당첨 금지 등을 규정한 현행 청약제도에서 분양 일정이 헝클어지면 예비 청약자들이 과정상 불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행사나 건설사들도 금융비용 등이 커져 부담일 수 밖에 없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달 말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었던 삼성물산의 '래미안 라클래시'의 분양 일정이 다음 달 초로 연기됐다. 여느 정비사업 아파트가 그렇듯 조합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간 분양가 협의가 밀도 있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라클래시는 지하 3층~지상 35층, 7개 동, 679가구 규모로, 이 중 115가구(전용면적 71·84㎡)가 일반분양된다. 시장에서의 예상 평균 분양가는 3.3㎡당 4300만원부터 4800만원까지로 폭이 넓다. 일부에서는 3.3㎡당 5000만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HUG의 분양 승인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단지는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 '한양수자인 192'와 함께 청량리에 들어서는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 3개 중 하나로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신청한 HUG의 분양보증 심사가 늦어지면서 6월까지 왔다. 결국 평균 분양가는 3.3㎡당 2600만으로 책정됐다.
대우건설이 서울 동작구 사당동 41-17번지 사당3구역에 514가구를 재건축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의 분양 일정은 올해 3월에서 4월로, 그리고 6월까지 줄곧 미뤄졌다. 서대문구 홍제동 제1주택 재건축 아파트인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GS건설이 당초 3월로 계획했던 고양시 삼송지구의 블록형 단독주택의 '삼송 자이더빌리지' 분양 일정도 인·허가 문제로 4월에서 6월로 또 한 번 조정됐다.
건설사들은 지난해 12월 주택공급규칙 개정안 시행에 따른 HUG의 분양보증 연기와 올해 초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 인상 등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힐스테이트 북위례'는 지난 3월 말 겨우 모델하우스를 열고, 4월 초 청약을 진행했다. 정비사업 단지들은 여기에 더해 분양가 책정까지 순조롭지 않은 실정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에서 높은 분양가를 희망하지만 HUG에서는 이를 조율하기 때문에 협의가 쉽지 않다"며 "시공사에서 나설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 일정이 밀리면 연내 사업 계획을 세워놨던 건설사 입장에서는 비용 등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힘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