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규모 아시아문명대화대회로 美에 세력과시

2019-05-2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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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문명대화대회 22일 폐막... 일대일로정상포럼 이은 국가행사

'아시아 문화 교류' 강조했지만 중국문화 중심... "영향력 확대 위함"

중국 주도 신형 국제관계 구축해 '미국과 대등한 지위 과시' 의도

지난 22일 막을 내린 중국 아시아문명대화대회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과 세계원예박람회 등 중국 당국이 기획해 지난 4월 말부터 잇따라 열고 있는 올해 상반기 홈그라운드 외교의 마지막 행사다. 표면적인 취지는 이번 대회를 아시아 문명 교류와 발전 플랫폼으로 활용해 아시아와 전 세계의 문명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었다.

막상 뚜껑이 열린 대회는 중국 문명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아시아 협력을 핑계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에 세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아시아문명대화대회 일환으로 열린 아시아 문명 간 교류와 문화적 다양성 보호 방안 등을 주제로 한 분과별 토론. [사진=신화통신]

◆'대륙 스케일' 8일간 대장정 마무리
4년 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제안을 시작으로 기획된 행사인 만큼 제1회 아시아문명대화대회의 규모는 엄청났다. 수도 베이징과 더불어 광저우·항저우·청두 4개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됐으며 개막식, 분과포럼이 포함된 본 행사와 아시아 문화 카니발, 아시아 문명주간의 부대행사 등이 8일간의 일정표를 빼곡히 채웠다.

대회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에는 시 주석이 직접 단상에 올라 대회의 위상을 과시했다. 시 주석은 기조연설을 통해 "평등과 존중을 원칙으로 오만과 편견을 버리고 서로 다른 문명의 차이를 이해하자”며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중국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캄보디아와 그리스의 국가수반을 포함해 아시아지역 47개국과 국제기구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한 성대한 개막식 이후 저녁에는 대형 축하 공연인 아시아 문화 카니발이 열렸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참석해 아시아의 단결을 강조하는 축사까지 전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관람객 수만명이 모인 대형 공연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행사에는 3만여명의 관람객이 몰렸으며 중국중앙(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생방송됐다. 한국 가수 비와 더불어 중화권 최고 인기 스타 청룽(成龍)과 피아니스트 랑랑, 전 엑소 멤버 레이, 이탈리아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등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했다. 북한 예술단도 출연해 장구춤 등을 선보였다.

이튿날 열린 본 행사에선 아시아 문명 교류와 문화적 다양성 보호 방안 등을 주제로 한 분과별 토론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한국 대표단이 다수 참석해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박근태 CJ 중국본사·CJ대한통운 대표가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해 발표했으며, 안병용 의정부시 시장, '시진핑 리더십'의 저자 이창호 작가, 아주경제 중국어 신문인 아주일보 양규현 대표 등이 발표를 통해 미래 아시아 평화를 위한 각국의 역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아시아 문명 주간, 영화제와 합동 문화 전시회 등 행사는 주 회의장인 베이징 올림픽공원에서 펼쳐졌다. 베이징·광저우·항저우·청두 4개 도시 곳곳에서는 아시아 음식 축제가 열렸다. 그야말로 8일간의 '대장정'이었다.
 

아시아문명대화대회의 대형 축하 공연인 아시아 문화 카니발이 지난 15일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 냐오차오에서 열렸다. [신화통신]

◆’아시아문명대화’ 본질은 대미 勢 과시

대회 폐막 뒤 중국 언론들은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 주간지 청년참고보는 베이징대 국제관계학부 자이쿤(翟崑) 교수의 말을 인용해 “제1회 아시아문명대화대회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결합돼 인류공동체를 구축했다”며 “아시아가 문화역량을 활용해 세계에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펑파이 등 인터넷 매체도 “아시아 문명이 상호 교감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창출했다”며 “이는 전 세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행사에 참석한 이들 가운데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한 관계자는 “아시아문명대화대회라는 명칭과 달리 중국 중심 문화의 향연이었다”며 “중화사상으로 물든 행사에서 일대일로 참여국가들의 중국 ‘찬양’만 듣고 왔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번 대회에 참여한 대다수 국가들은 일대일로 연선국이다.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대회가 미국을 겨냥한 ‘세력과시’용 행사였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 주석은 집권 후 미국과의 패권경쟁에 뛰어들고, 홈그라운드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 업무보고에는 이를 의미하는 ‘주창외교(主場外交)’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하기도 했다. 국제회의나 포럼을 개최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정책이다.

특히 올해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홈그라운드 외교가 더욱 강화됐다. 상반기에만 일대일로 정상포럼과 세계원예박람회, 아시아문명대화대회를 연달아 개최했다. 하반기에는 신중국 창립 70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열병식과 기념행사 그리고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 개최가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전 세계 국가들을 불러들여 영향력 확대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대형 행사를 명분으로 우군을 확보하고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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