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지분경쟁 이겨도 진짜 승자는 KCGI?

2019-05-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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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부 대표, 지배구조·크레딧 전문가...주식·채권 ‘균형’ 주목

한진그룹, 지배구조 이슈에도 조달 흥행…KCGI 요구, 투자자 만족시켜

KCGI 로드맵, 안정적 엑시트 가능…ㆍ한진그룹ㆍ조원태 회장에게도 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한진그룹과 지배구조를 둘러싼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결국 이번 싸움의 최종 승리자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KCGI를 이끌고 있는 강성부 대표가 지배구조는 물론 크레딧 전문가인 탓이다. 지배구조는 주식투자자 측면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채권투자자들이 외면당할 수 있으나 강 대표는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은 KCGI 제안을 일부 수용하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통상 주주행동주의는 근시안적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이다.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지배구조 이슈에도 불구하고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회사채 발행 결과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KCGI가 주식·채권투자자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는 셈이다.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은 양쪽 투자자로부터 지속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는 한진칼 지분현황은 고(故) 조양호 회장 17.84%, KCGI 자회사 그레이스홀딩스 14.98%, 조원태 회장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3% 등이다.

조양호 회장 타계에 따른 지분 상속 관련 경영권 다툼이 지속되면 KCGI가 한진칼 1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한진가 삼남매가 합심해야 한다. 상속세 문제가 있지만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 활용, 한진칼 배당금 증액, 주식담보대출, 5년간 분할납부 신청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남매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이는 KCGI와 대결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특히 KCGI를 이끄는 강성부 대표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강 대표는 지난 2000년 초부터 동양종금증권(현 유안타증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국내 기업의 저평가 이유로 후진적 지배구조를 지목한 인물 중 하나다. 유명세를 탄 것은 2005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보고서를 낸 이후다. 이후 2014년 신한금융투자로 옮겨 채권분석에 주력했으며 글로벌자산전략팀장을 지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증권사 연구원들은 채권과 주식을 고루 섭렵하지만 한쪽 분야에 치중하는 경향이 높다”며 “양쪽 모두에서 전문성을 가지긴 쉽지 않으며 소수만이 그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전략 회의 등에서 각자의 전문지식을 나누면서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운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주식 중심의 지배구조와 채권 중심의 크레딧 시장을 고루 다뤘다는 것이 강점이다. 기업 공략 시 그 취약점을 알고 있음은 물론 자금조달 구조에 대한 지식도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통상 KCGI와 같은 행동주의펀드는 채권자 입장에서 불편한 존재로 알려져 있다. 주주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과도한 배당금 요구, 무리한 자산매각 등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자는 주주와는 달리 이자지급과 원금상환을 추구한다. 성장을 통한 ‘차익’보다는 사업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중시하는 것이다. 주주 행동주의가 강해질수록 채권자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지난해부터 한진그룹 지배구조 이슈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등 주요 계열사들은 공모채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모두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하면서 증액발행으로 이어졌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채권 시장 수요가 많은 탓도 있지만 한진그룹에 대한 KCGI의 요구가 합당한 탓도 있다”며 “경영 비효율성 제거, 재무구조 개선 등 주주뿐만 아니라 채권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KCGI는 대한항공의 항공업 외 투자 지양 원칙 마련, 유휴부지(송현동, 율도) 매각으로 고금리 차입금 상환과 부채비율 하락, 항공우주사업부(민항기정비부문, 자산 1조2000억원) 상장계획 검토 등을 제안했다. 이뿐만 아니라 정비비 절감, 유가·환율 등 변동성 축소, 전 노선 흑자 전환 등도 언급했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KCGI 제안이 현실화된다면 그룹 신용도에도 긍정적”이라며 “관련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도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말했다.

KCGI 제안은 단순 배당확대 등을 노린 단기성 전략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신용등급을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진칼이 올 초 배당성향을 5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이를 두고 ‘기업사냥꾼’ 주주행동주의 결과라고 질타하긴 어렵다. 한진그룹 입장에서도 ‘땅콩회항’ 사건 등으로 떨어진 주주신뢰를 제고하는 데 필요한 일이다.

최근 KCGI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KCGI 제1호의5 사모투자합자회사’ 등기를 마쳤다. 조달목표 자금은 약 1000억원이다. 이 자금 역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목적으로 쓰일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룬다.

KCGI가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지만 15%를 넘기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때 투자자 등 자금출처가 드러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자금은 여타 계열사로 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진 지분 추가 매입 혹은 대한항공 지분을 신규로 확보하는 것이다. 주력 계열사에도 주주가치 제고 제안을 통해 실질 가치가 오른다면 궁극적으로 한진칼의 가치도 오르게 된다.

KCGI가 현재까지 보여준 ‘로드맵’을 감안하면 한진그룹에 독(毒)이 될 부분은 없다. KCGI 또한 안정적 ‘엑시트’가 가능하다. 개선된 지배구조는 향후 조원태 회장에게도 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전개되면 실질적인 가장 큰 위협은 한진그룹 3세간 갈등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가장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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