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학회가 'PC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 유예를 정식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한다. 게임업계를 대변해온 한국게임학회가 결제한도 폐지 반대에 나선 배경에는 사행성 논란이 일고있는 엔씨소프트의 PC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 아이템 이슈가 크게 작용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16일 "민감한 시기에 엔씨소프트의 과금 유도 방식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산업계 영향을 감안해 학회 차원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 PC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를 유보해달라고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게임학회의 결제한도 폐지 반대 요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중독 질병코드(ICD-11) 도입을 앞두고 사행성 논란이 게임산업계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킨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 9일 박양우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경기도 판교에서 게임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이르면 이달 중으로 '성인 월 50만원 PC온라인게임 결제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은 규제완화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비공개 만남에서 자율규제를 요청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달 2일, 21년만에 2만9700원짜리 리니지 월정액제를 폐지하고, 부분유료화 제도를 도입했다. 부분유료화는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되 아이템을 팔아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엔씨소프트는 요금제 개편과 함께 30일 한정 5만캐시(1캐시당 1원) 아이템 '아인하사드의 가호'를 새로 출시했다. 이 아이템은 게임을 일정 시간 이상 플레이하면 주어지는 경험치 관련 패널티를 없애준다. 오랜 시간 게임을 즐기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유효기간도 있어 주기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사실상 과거 월정액 시절보다 두 배 이상의 과금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리니지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에 이어 돈을 써서 게임을 하게 만드는 '캐시템'을 또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어 과도하게 캐시템 위주의 운영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에는 PC온라인게임 결제한도 때문에 '드래곤의 보물 상자'와 같은 캐시템을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지 못했다. 제한이 풀리면 해당 아이템을 무제한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어 돈을 많이 쓰는 이용자와 적게 쓰는 이용자 사이에 간극이 커지고, 그만큼 과도한 캐시템 결제 유혹에 이끌리는 이용자들도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도박문제중독센터는 아이템이 있는 중독성 강한 게임을 도박의 일종으로 인식하고 예방교육 프로그램에 이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중독센터 관계자는 "도박의 구조와 유사한 중독성 있는 일부 게임들이 있다"고 말했다.
게임이 사행산업으로 발전한다는 우려에도 일부 기업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결제한도 규제 폐지 발표 직후 주요 PC게임을 보유한 엔씨소프트, NHN 등은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1분기 실적발표에서 윤재수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는 "리마스터를 업데이트하고 요금을 개편하고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며 "2분기에는 분기 매출로 최고를 기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호재를 기대했다.
NHN도 지난 13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웹보드(포커, 고스톱 등 사행성 게임)와 관련돼 정부 설득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정현 학회장은 "게임중독 질병 지정 문제를 앞두고 시기가 적절치 않았다. 산업 진흥 차원에서 규제완화는 필요하지만, 부작용을 막을 보호장치가 필요해 폐지 유예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