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석에서] ‘인생 감정’ 전달한 보스트리지의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2019-05-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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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pus 제공]

왜 그가 최고의 리트(독일 가곡) 성악가로 불리는지는 심장이 말해줬다. 이안 보스트리지는 노래로 몸짓으로 때로는 눈빛으로 사랑과 질투, 환희와 번민 등 인생의 다양한 감정들을 오롯이 전달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보스트리지는 지난 10일, 12일, 14일 사흘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와 함께 공연을 가졌다. 2019 서울국제음악제의 시작을 알린 보스트리지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백조의 노래’를 차례로 선사했다.

12일 공연한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는 보스트리지와 인연이 깊은 연가곡이다. 보스트리지는 1996년 발매한 첫 음반인 슈베르트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로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받았다.

1823년에 작곡된 이 작품집은 슈베르트가 독일의 시인 빌헬름 뮐러의 시에 작곡한 연가곡집이다. 가사들이 정말 아름다웠다. 총 20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집은 한 방랑자의 짝사랑과 번민으로부터의 방랑, 그리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잔잔히 담아내고 있다. 

보스트리지는 한 방랑자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 삶을 노래했다. 그의 노래는 다채로웠다. 보스트리지의 미성은 아름답고 섬세했다. 자신과 물레방앗간 아가씨 사이에 갑자기 등장한 ‘사냥꾼(Der Jäger)’을 노래할 때의 힘이 넘치는 노래 또한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빛깔(Die liebe Farbe)’을 들으면서 마지막 희망이었던 사랑마저 잃어버린 한 남자의 절망과 외로움 등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먹먹했다. 마지막 곡 ‘시냇물의 자장가(Des Baches Wiegenlied)’에서는 방랑자와 관객들에게 부드러운 시냇물 같은 위로를 직접 건냈다.

이번에 공연된 연가곡들은 슈베르트가 불치병 판정 이후에 쓴 작품들로, 생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의 삶이 투영되어 있다.

성악 전문 피아니스트인 줄리어스 드레이크와의 호흡도 좋았다. 보스트리지는 공연 중 자주 한 손을 피아노에 기대며 드레이크와 함께 했다. 드레이크의 연주도 보스트리지와 마찬가지로 매우 섬세했다.

저마다 느끼는 감정은 달랐겠지만 감동은 같았다. 공연 후 한참이 지났지만 기립박수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사진=opu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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