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역협상 파국 예감했나…美 비난하며 동요 막기 안간힘

2019-05-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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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허, 관세·수입규모·합의문 3대 쟁점 언급

"절대 양보 없다, 예전 中 아냐" 항전 의지

보복조치는 부담 느껴, 習 결단에 달린 듯

[사진=신화통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간 무역협상이 아무런 합의 없이 후속 일정에 대한 논의조차 못한 채 끝났다.

양측이 맞부딪히고 있는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극적인 타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은 항전 의지를 내비치고 경제적 자신감을 피력하며 체제 동요 막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율 인상에도 즉각적인 보복을 감행하지 못하는 등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中 직접 밝힌 3대 쟁점, 합의 난망

12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성과 없이 종료된 뒤 자국 주요 언론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류 부총리는 협상이 결렬된 주요 원인을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류 부총리가 밝힌 3대 쟁점은 ▲관세 철폐 ▲미국산 제품 구매량 ▲합의문 문구 등이다.

핵심은 기술이전 강요 금지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위한 중국 측의 법률 개정 계획을 합의문에 명기할 것인지 여부였다.

미국은 중국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고 비판했고, 류 부총리는 "합의 전에 변화가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맞섰다.

중국의 기존 통상·산업 정책이 불공정했다고 자인하라는 게 미국의 요구였고, 공산당 집권의 당위를 도덕성에서 찾는 중국 입장에서는 '기술 도둑질' 등의 명문화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류 부총리는 "원칙에 대한 이견이 있다"며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무역 불균형이 초래된 원인은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며 "미·중 협력 초기 기술이전은 자발적으로 이뤄졌으며 강제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강변했다.

류 부총리가 양보안 없이 방미했다는 게 확인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고한대로 관세율 인상을 단행했다.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기존 10%에서 25%로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관세를 부과하지 않던 325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기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현 시점에서 류 부총리가 꼽은 나머지 쟁점, 즉 관세 철폐와 중국의 대미 수입 확대 규모 등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무역협상이 끝난 뒤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中 "19세기 호구였던 때 생각하면 오산"

중국 대부분의 관영 매체는 "미국은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얼마나 강압적인 요구였는지는 말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중국은 미국과 비교해 많은 부분에서 격차가 있지만 이미 세계 2위의 경제체가 됐다"며 "예전의 가난하고 약했던 중국이 아니다"고 보도했다.

이어 "오늘날 중국을 마음대로 분할하거나 주무를 수 있는 '호구'로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머리가 아직도 19세기에 머물러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평(사설)을 통해 "미국이 관세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중국을 위협하고 있다"며 "미국의 일방주의는 양국은 물론 전 세계에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미국에 대반 비판과 별개로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보도도 쏟아지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이날 '중국 경제의 무한한 잠재력'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중국은 예상을 뛰어넘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1분기 국내총생산(GDP) 중 소비 기여도는 65.1%로 경제 성장에 기초적 역할을 수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신화통신은 "1분기 도시지역 신규 취업자는 324만명으로 연간 목표치의 29.5%를 달성했다"며 "실업률도 연간 목표치인 5.5%를 하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고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자칫 내부 동요가 확산할 것에 대비한 여론전으로 해석된다.

◆트럼프와 통화 앞둔 시진핑의 선택은

미·중 양국 모두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2020년 차기 대선 무렵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내 두 번째 임기에 협상이 진행된다면 중국에 훨씬 더 나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협상을 질질 끌지 말고 현 시점에서 큰 폭의 양보안을 제시해야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류 부총리도 언론 인터뷰에서 "일시적 압력이 있더라도 양측 모두 협상을 지속하며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며 "앞으로 베이징에서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관세율을 인상한 뒤 중국을 출발한 화물이 미국에 도착하는 향후 3~4주 정도가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을 좌우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 기간 중 후속 협상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전화 통화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공언한 내용을 없던 일로 만들 가능성은 낮다. 류 부총리로부터 협상 결과를 보고받은 시 주석이 추가 양보를 결심해야 협상에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전날 중국 국무원은 올해 법률 및 행정법규 제·개정 계획 및 기타 입법 항목을 확정 발표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통과돼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외상투자법 관련 법규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무역협상 합의를 위한 법률 개정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꿔 말하면 추가 양보는 없다는 시 주석의 의지가 꽤 완강하다는 의미도 된다.

다만 중국은 미국이 관세율 인상을 발표한 뒤에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보복 조치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무역협상에 대한 전망이 시계제로인 상황"이라며 "중국 내 강경론이 감지되지만 미국과 전면전을 벌이는 데 대한 우려도 읽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 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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