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연구원 "ILO 핵심협약 비준 미루면 EU 경제적 제재 가능"

2019-04-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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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조치·수출입 제한 등 거론

단체교섭·쟁의행위 등 ILO 핵심협약 비준 서둘러야

한국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계속 미루면 유럽연합(EU)이 경제적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8일 한국노동연구원은 국제노동브리프를 통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제13장(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의 노동 조항인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정되면 EU는 한국을 상대로 '사실상의 제재'에 착수할 수 있다.

남궁준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EU 노동 조항 위반과 제재는 무관하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단정적인 생각"이라며 "노동 문제를 통상 관련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는 등 사실상의 제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남 부연구위원은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제재의 유형도 다양할 수 있다"며 관세 조치와 수출입 물량 제한 외에도 조세, 규제, 공공 조달, 기업 보조금 등 다양한 영역의 제재 가능성을 거론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노동계.[사진=아주경제DB]

EU는 지난해 12월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한-EU FTA 제13장의 분쟁 해결 절차에 돌입했다.

첫 단계인 정부 간 협의는 지난달 18일 끝났고 EU는 최종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EU 요청으로 전문가 패널이 소집되면 한국의 한-EU FTA 위반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증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한국의 FTA 위반이 확정되면 EU가 본격적으로 제재에 나서 우리 기업이 상당한 피해를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남 부연구위원은 EU의 ILO 핵심협약 비준 요구가 주권 침해라는 주장에 "FTA의 목적 자체가 체약국들이 상호 시장 개방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얻고자 일정 부분 주권 행사를 유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주장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EU FTA 제13장의 노동 조항이 구속력이 없다는 주장에도 "국제법적 의무는 '행위 의무'와 '결과 의무'로 양분되는데 한-EU FTA 제13장의 노동 조항은 전자에 속한다"며 "법적 의무로, 구속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국정과제로 밝힌 바 있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이를 위한 국내 노동관계법 개정 문제를 논의 중이지만,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시기상조이며 설사 비준하더라도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과 같은 단체교섭·쟁의행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EU의 ILO 핵심협약 비준 요구에 대해서도 주권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남 부연구위원은 한-EU FTA가 무역과 노동 문제를 연계한 새로운 세대의 첫 FTA로 상징성이 크다며 "모든 게 처음인 만큼, 이 분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ILO 100주년인 2019년을 위험을 감수하며 노동 조항의 실효성을 시험하는 해로 삼기보다는 오래 미뤄온 국제적 책무(ILO 핵심협약 비준)를 이행한 해로 만드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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