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이 인생을 바꿨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재건성형 의사가 되고 싶었던 안재용은 그날부터 발레리노를 꿈꾸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뒤늦게 시작한 발레. 안재용은 자신의 한계를 계속 뛰어넘으며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자리에 올랐다. 그의 영화 같은 도전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안재용이 수석무용수로 있는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은 오는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신데렐라’를 공연한다. 2005년 이후 14년 만의 내한이다. 오는 6월 한국 팬들 앞에 설 안재용은 최근 아주경제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무용수가 몬테카를로의 옷을 입은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한국인 무용수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이 무대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2015년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안재용은 2015-16 시즌 중 개인 오디션을 통해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정단원으로 입단해 화제를 모았다.
땀으로 한계를 씻어냈다. 안재용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다니면서 해외무용단을 꿈꿔 왔기 때문에 여러 가지 준비를 많이 했다. 한예종에서는 교수님이 세 분이었다. 세 분의 작품을 다 해야 했기 때문에 매일 오전 9시부터 자정 문 닫을 때까지 연습에 매진했다. 발레를 늦게 시작해 부족했던 부분을 이 시기에 많이 채웠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2016년 크리스토프 마이요 예술 감독의 대표 안무작 ‘한여름 밤의 꿈’에서 ‘오베론’으로 첫 주역을 맡았다. 이후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왕자’역,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티볼트’역을 맡으며 두각을 드러냈다.
2017-18 시즌에는 세컨드 솔로이스트로 승급한 후 ‘백조의 호수’에서 ‘왕자’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주역을 거치면서 빠르게 성장한 안재용은 2018년 여름 마침내 수석무용수인 '솔로이스트 프린시펄'로 승급했다. 현재 몬테카를로 발레단에는 최고 무용수인 '에투알'이 없다. 안재용은 현재 이 발레단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무용수다.
안재용은 “감사하게도 입단하고 나서 처음부터 중요한 배역을 많이 주셨다. 나의 예술세계를 펼칠 기회를 충분히 얻었다. 마이요 선생님이 믿어주셨다. 정말 감사하다”고 고개 숙였다.
마이요 예술 감독은 안재용의 창의력과 성실함을 높게 평가했다. 안재용은 마이요 예술 감독이 지적한 것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완전히 그의 것으로 새롭게 만들어 다시 가져갔다.
안재용은 “마이요 예술 감독님의 안무는 굉장히 사실적이면서도 단순히 춤을 추는 동작만 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과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인물들 간의 감정묘사 장면은 단순한 발레 무대가 아닌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무대 장치나 의상들은 단순하면서도 장면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게 변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6월 무대에 오르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신데렐라’가 주목받는 이유다.
안재용은 ‘발’을 잘 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모든 건 발에서 이루어진다. 동화에서는 유리구두가 이야기를 이끈다면, 몬테카를로 버전에서는 ‘맨발’이 중요하다. 신데렐라 발의 금가루가 유리 구두를 대체한다. 무도회 장면에서도 왕자들에게 여자들이 구혼을 요청하는데 왕자는 그녀들의 ‘발’만 본다. 재미있는 설정이다”고 귀띔했다.
안재용의 꿈과 삶의 철학은 또렷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동료 무용수에게 인정받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 외적인 인기는 여러 가지 이유로 얻을 수 있지만, 무용수에게 인정받는 것은 진정한 실력과 인품을 갖춰야 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안재용은 “내 춤을 보고 관객들도 영감을 얻어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은 꼭 춤이 아니더라도 글을 쓰거나, 노래, 그림 등 아주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주위를 보면 자기 표현에 대한 거리낌이 없더라. 다름에 대한 토론이 일상적으로 열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