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열흘간 '황금 연휴'...소비 증가 기대감
이번 황금 연휴는 오는 27일부터 내달 6일까지 이어진다. 두 번의 주말이 껴 있는 데다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인 쇼와의 날(4월 29일) △일왕 즉위의 날(5월 1일) △헌법 기념일(5월 3일) △녹색의 날(5월 4일) △어린이날(5월 5일) 등 공휴일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4월 30일과 5월 2일, 5월 6일은 대체 공휴일이다. 일본에서는 징검다리 연휴에 낀 날이나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칠 경우 다음 날 쉬는 대체 공휴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혼란을 막기 위해 지난 16일 연휴 관련 대책을 마련했다. 일단 자동인출기(ATM)의 현금 잔고가 부족하지 않도록 24시간 모니터링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특별 창구를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 융통 상담도 진행한다. 37개 지역 행정기관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긴급 의료기관 정보도 공시하기로 했다.
미쓰비시 UFJ 모건스탠리증권의 시카노 다쓰시 이코노미스트는 "여행이나 음식 등에 대한 소비액이 전년 동기대비 9265억엔(약 9조4541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지난해 개인 소비는 명목상 약 305조엔으로, 당시 명목 성장률이 0.7%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연휴에는 불과 열흘 동안 1조엔 가까이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연휴 분위기 만으로는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통상 연휴가 끝난 직후에는 소비를 급격하게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는 탓이다. 연휴 기간 공장 가동이 감소함에 따라 생산량도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카노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연휴 동안에만 생산 감축량이 4.6%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5월 20일 일본 내각부의 1~3분기 GDP 발표 내용에 주목되는 이유다.
◆33년 만에 장기 휴장...'플래시 크래시' 재연 우려도
황금 연휴를 맞아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등 일본 금융 시장이 장기 휴장한다. 이번처럼 6거래일 이상 연속 휴장하는 것은 33년 만에 처음이다. 연휴 직후인 5월 7일 개장시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이 연휴 중에도 거래량과 유동성 등에 대한 모니터링 등 비상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연휴가 종료된 뒤의 변동성은 미리 알기 어려운 탓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보도를 통해 "좋은 휴식 기회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장기 연휴 동안 현금 부족, 시장 변동성, 심지어 '플래시 크래시'의 잠재력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다"며 "지난 신년 연휴는 겨우 사흘뿐이었지만 플래시 크래시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플래시 크래시는 주가나 채권금리 등 금융상품의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지난 1월 3일 오전 7시 반경 몇 분 사이에 엔/달러 환율이 108엔대에서 104엔대까지 약 4엔 엔화 가치가 상승(엔고)하면서 플래시 크래시가 나타났다. 미국 경제 지표가 하락하는 등 외환시장 변동성이 높아졌는 데다 연휴 기간이었던 탓에 손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 두루 영향을 주는 해외지표가 다수 발표를 앞두고 있는 점도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일단 오는 30일에는 4월 중국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4월 30일~5월 1일 양일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논의한다. 5월 3일에는 미국의 4월 고용통계가 공개될 예정이다.
일본 다이와증권이 과거 장기 연휴와 주식 시세 변동 간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1985년 12월부터 2019년 1월 5일까지 장기 연휴는 35번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연휴 첫날 닛케이 평균 주가 등락률이 2% 이상을 기록한 것은 전체의 40%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10건 중 6건은 가격 변동폭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는 얘기다. 이시구로 히데유키 다이와증권의 수석 전략가는 "장기 연휴 이후라고 해서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재료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