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시 정부가 지난해 12월 AI대학원 지원 사업을 공모하며 유치전에 합류했다. 본격적인 AI대학원 첫발을 땐 셈이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대학들은 유능한 강사 섭외가 쉽지 않고, 기업은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만 바라보고 있다. 정부 지원만으로는 국내 AI대학원이 성공하기 힘든 구조다.
국내 AI대학원은 지난 1월 신청접수를 받은 결과 12개 대학이 신청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심사를 거쳐 지난달 4일 고려대, 성균관대, 카이스트를 올해 인공지능 대학원으로 최종 선정했다.
선정된 대학은 올 가을학기부터 학과를 운영해야 한다. 최소 7명 이상 전임교수를 확보하고, 최소 40명 이상 입학정원에게 특화된 학사일정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연 20억원 정부지원으로는 해외 최상급 교수진을 확보하기는커녕 연구에 필요한 장비 구입도 어렵다는 게 학계 시각이다. 현장에서는 석·박사생들 등록금과 생활지원금을 제하면 사실상 남는 예산이 없다는 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통합혁신전략추진회의는 AI 인재를 연 25만명씩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초급 수준 AI 인재이긴 하지만 국가가 앞장서 인재 확보에 나섰다. 반면 우리나라 AI대학원 설립은 국가 주도 고급 인력 양성과 미래 먹거리 창출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배출되는 인력이 너무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번 인공지능대학원 지원사업은 미국, 중국 등 해외 주요국에서 인공지능에 특화된 전문학과를 설립해 인공지능 인재를 양성하는 추세에 발맞춰 추진됐다.
알려진 대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10억 달러를 투입해 올해 인공지능 단과대학을 설립한다. 중국은 ‘AI+X’ 복합전공 100개를 개설하고 AI단과대와 연구원 50개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미 카네기멜런대는 2002년에 세계 최초로 머신러닝학과 석·박사과정을 열었으며, 스탠퍼드대는 연 1200명이 수강할 수 있는 AI 강좌를 개설했다.
민경찬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 명예대표(연세대 특임교수)는 “AI연구의 리딩 국가인 캐나다는 20년 전부터 대규모 투자를 해 지금의 인재들을 길러냈다”며 “우리나라는 AI가 중요하다고 하니 유행처럼 당장 예산 조금 투자해 1~2년 사이에 꽃을 보려고 하는데, 그런 자세로는 AI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