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총리는 17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금융이 실물경제를 더 잘 지원해야 한다며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등의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한 대책을 강구했다고 증권시보 등 중국 현지 언론이 18일 보도했다.
회의는 우선 중소은행에 대해 비교적 낮은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적용하는 제도 틀을 만들기로 했다. 대형은행, 중소은행에 대해 지준율을 각각 다르게 적용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지준율 인하를 단행, 대형 상업은행의 현재 지준율은 14.5% 정도다. 중소은행에 대한 지준율은 이보다 더 낮춰, 이로 인해 시중에 공급되는 유동성을 중소기업 대출에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지준율 인하 이외에 중소기업의 채권 발행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민영기업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과 은행권의 중소기업 전용 채권 발행 규모가 모두 전년도 수준을 넘기도록 한 것.
회의에서는 올 초 내놓았던 중소기업 대출지원 방안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중국 5대 국유 상업은행에 중소기업 대출을 전년 대비 30% 늘리고 중소기업 신용대출 비용도 전년도 기준에서 1% 포인트 낮출 것을 재차 지시한 것.
리커창 총리가 나서서 중소기업 대출을 잇달아 독려하는 것은 중국이 지난해부터 다섯 차례 지준율을 인하해 은행권의 대출 여력을 늘려주고 여러 감세 조치를 취했음에도 중소기업 등 대다수 민영기업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 중국 은행권 신규대출 규모가 5조8100억 위안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대출을 대거 늘렸음에도 민간투자 증가율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것.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1~3월 중국 민간투자 증가율은 6.4%로, 지난해 증가율인 8.7%에서 큰폭 둔화됐다. 반면 같은 기간 국유기업 투자 증가율은 6.7%로, 지난해 증가율인 1.9%를 훨씬 웃돌았다. 1~3월 부동산개발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하며 지난해 증가율 9.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대출이 정작 자금이 필요한 민영기업이 아닌 부동산이나 국유기업으로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은행권에 그만큼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는 현상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엔 '룽쯔만, 룽쯔난, 룽쯔구이(融資慢 融資難 融資貴)'라는 말이 있다. 대출심사가 느리고, 대출을 받는게 어렵고, 대출이자도 비싸다는 뜻이다. 중소기업들은 대출 심사 수속 과정에 투입하는 인력·시간과 비교해 대출액은 턱없이 작은데다가 부실대출 위험도 커서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꺼리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대대부분이 민영기업 신분인 중소기업들은 오늘날 중국 경제의 주축이다. 국내총생산(GDP)의 60%, 수출의 70%, 고용의 80%를 담당하고 있지만 중국 전체 은행권 대출에서 민영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소외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치(吳琦) 판구싱크탱크 고급연구원은 "중소기업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은 상업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한 대출 의지와 역량을 높이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