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中, 일대일로·전자상거래 결합 시너지…"통관 1분이면 끝"

2019-04-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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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아시아 제품 열차로 들여와 무관세 판매

전자상거래 플랫폼 활용, 020 마케팅 등 도입

정저우 등 일대일로 연관 지역 경제 활성화도

허난성 정저우의 보세구 내 복합쇼핑단지 '중다먼'은 중국 최초로 무관세 수입품을 O2O 방식으로 판매한다. 사진의 O2O 매장은 제품 구매 후 통관 절차가 1분 내에 완료된다. [사진=이재호 기자 ]


중국 허베이성 스좌장에서 초콜릿 유통업을 하는 자린(賈林)씨는 매월 마지막 주 주말에 고속철로 한 시간 반가량이면 닿는 허난성 정저우로 출장을 간다.

정저우 보세물류센터로 향한 자씨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매장에서 벨기에산 초콜릿을 도매로 주문한 뒤 여권을 제시한다. 여권 정보를 토대로 이뤄지는 통관 절차는 대략 1분 내에 완료된다.
직접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같은 방식으로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보세구역 내에서 배송이 시작되는 만큼 관세는 안 붙는다. 무관세 해외직구인 셈이다.

자씨가 구매한 벨기에산 초콜릿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정저우까지 중국 국유기업이 운영하는 열차편으로 운송됐다. 이 열차에는 중간 기착지인 벨라루스 민스크의 유제품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의 육류도 실렸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환인 유라시아 대륙 횡단 철도 운송이 전자상거래와 결합돼 시너지를 창출하는 사례다.

이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으로 정저우 등 일대일로 연관 지역의 경제도 덩달아 살아나는 모습이다.
 

허난성 정저우의 내륙 커우안(통관 지점) 입구 전경. 유럽에서 온 화물의 통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설치됐다. 커우안 내부 집하장에 유럽과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운송돼 온 컨테이너가 잔뜩 쌓여 있다. [사진=이재호 기자]


◆유라시아 횡단 열차 1년 새 2배 증편

지난 9일 정저우 소재의 대형 물류기업 루강(陸港)그룹을 찾았다. 허난성 지정 국유기업으로, 수년간의 준비 작업을 거쳐 지난해부터 유럽과 중국을 오가는 열차 운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4년 5월 이곳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정저우 루강이 사방을 잇는 물류 허브가 된다면 실크로드 경제 벨트 건설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중원(中原)으로도 불린 허난성은 중국의 정중앙에 위치해 물류 산업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도시로 꼽힌다.

루강그룹이 운영하는 철도망은 24개국 126개 도시와 연결돼 있다. 네이멍구자치구와 신장위구르자치구를 통해 중국 국경을 벗어난 유럽행 철도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폴란드 등을 거쳐 독일 함부르크와 뮌헨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12월에는 베트남 하노이를 지나 동남아시아로 연결되는 철도망도 개통됐다.

유럽과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으로 향하는 열차 운행 건수는 지난해 750편에서 올해 1350편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루강그룹 관계자는 "오는 5월 중순까지 운송 예약이 꽉 찬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운송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최근에는 독자 개발한 무인 열차도 실제 운용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각지의 열차 운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대형 전광판을 보니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단순히 정치적 구호에 그치는 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루강그룹이 정저우 외곽에 보유한 5.78㎢ 규모의 부지는 거대한 물류 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물류 기지 뒤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도가 지난다. 자동차 등 대형 화물과 농산품·육류 등이 실린 컨테이너가 집하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물류 기지 내에는 정저우 철도 커우안(口岸·통관 지점)도 설치돼 있다. 중국에서 흔치 않은 내륙 커우안이다. 신속한 통관을 위한 조치로, 이곳에서 통관 절차를 마친 화물은 중국 전역으로 배송된다.

정저우를 출발하는 물동량이 급증하자 DHL과 헬만월드와이드로지스틱스, 지오디스(GEODIS) 등 글로벌 물류 기업도 입주해 24시간 배송에 나서고 있다.
 

허난성 정저우의 복합쇼핑단지 '중다먼'은 국가별 제품 전시관도 운영 중이다. 중국 내 전자상거래 기업 관계자들이 왼쪽에 북미관, 오른쪽에 태국관이 조성된 통로를 지나고 있다. [사진=이재호 기자]


◆무관세 해외직구 플랫폼 인기몰이

루강그룹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허난보세그룹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단지 '중다먼(中大門)'이 있다. 9만㎡ 부지에 3개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중국 최초로 관세가 면제된 보세 물품을 O2O 방식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국가가 품질을 보증한다는 특징도 있다.

중다먼 복합쇼핑단지는 대륙 횡단 철도 및 커우안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세계 각국의 수입 브랜드 매장이 입점해 있으며, 전자상거래 기업은 물론 개인 고객도 1분이 채 안 걸리는 간단한 통관 절차만 거치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바이룽(白龍) 중다먼 구매담당 매니저는 "비인가 해외직구나 다이거우(代購·보따리상)와 차별화된 합법적 구매 대행 서비스"라며 "보세 물품이라 가격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래 비중은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와 B2B(기업 간 거래)가 각각 7대3 정도"라며 "해외직구와 유사해 개인 고객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실제 알리바바와 징둥 등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중다먼 내에 직접 물류창고를 운영 중이다. 개인 고객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려는 행보다.

정부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중국이 수입하는 의약품 전체의 통관 업무를 정저우 커우안에 일임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수입 의약품 구매를 원하는 고객은 중다먼 등 정저우 내 보세 물류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

일대일로와 전자상거래의 결합으로 창출된 시너지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1분기 정저우의 신규 채용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29.05% 증가했다. 중국 내 58개 대도시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중국신문망 등 현지 언론은 "정저우의 경우 지난해 '국가 물류 허브도시'로 지정된 이후 발전 속도가 빨라졌다"며 "물류 산업이 성장하면서 구인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남방·신북방 정책 발표 후에도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청르(李成日)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16일 서울에서 열린 학술 회의에서 "한국이 중국 일대일로의 성공 사례를 참고한다면 양국이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신남방·신북방 정책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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