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 칼럼] 하현회 부회장과 'E=mc²'

2019-04-1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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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결정과 '문송'의 역할


 



'E=mc²'
물리학 사상 가장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공식이다. 연쇄적 핵분열로 생기는 폭발력을 설명한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당시 21만명이 피폭으로 사망했다. 단순한 공식 하나가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1만명을 죽인 건 공식을 발견한 아인슈타인인가, 원폭 투하를 결정한 트루먼 대통령인가. 

양자택일의 문제인데 답하기 쉽지 않다. 관점을 바꿔보자. 사망자 가족에게 원폭날인 1945년 8월15일 이전으로 돌아가 둘 중 한명을 죽일 수 있는 권리를 준다면 그들은 누구를 선택할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아인슈타인을 없애는 게 가족을 살릴 확률이 커진다. 공식이 없었다면 대통령이 트루먼이 아니었어도 원폭 따위로 가족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십중팔구 트루먼을 선택할 것이다.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삶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고 간 것은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트루먼의 악의적 선택이었다. 이 경우엔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어떻게 쓰는가가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지난 3일 5G(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세계최초로 시작됐다. 5G 시대에 맞춰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업체들이 동영상과 게임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플랫폼 출시를 예고했다. 스마트 시티와 스마트 팩토리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산업들이 급성장할 것이다. 원격 헬스케어 등 인간의 생명과 밀접한 서비스도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다.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든 것은 5G 기술을 개발한 엔지니어일까, 서비스 제공 사업자일까. 

소비자는 엔지니어와 CEO 중 누구에게 더 고마움을 느낄까. 열에 아홉은 엔지니어라고 답할 것이다. 동영상과 게임, 헬스케어, 스마트 팩토리 등 각각의 서비스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편하게 만든다. 어떤 것이냐는 거의 무차별하다는 의미다. 무엇을 만들었느냐가 그 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보다 더 중요해진 경우다.

경우에 따라 좋은 결정과 나쁜 그 것 중 후자가 인간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악의적 사용이 아니라면 기술은 대부분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한다. 엔지니어보다 그래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결정자의 역할이 더 크다. 

LG유플러스가 최근 신입사원을 뽑았다. 입사자 78명중 58%가 인문계열이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뒤늦게 화제가 됐다. LG유플러스는 통신회사다. 대표적인 ICT 업체다. 문송, 즉 '문과여서 죄송하다'는 자괴적 유행어가 이공계가 상대적으로 우대를 받는 우리 현실을 대변한다. ICT 업체가 인문 계열을 과반 이상 뽑았다는 게 특이했던 것이다.

알고보니 CEO인 하현회 부회장의 평소 지론이 반영된 결과다. 인문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5G 서비스의 가치를 고객에게 보다 잘 전달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하 부회장 자신이 사회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대표적 문송이다. 

문송 시대에 LG유플러스란 취업문을 뚫은 인문학 전공자들이 해야할 일은 회사의 나쁜 결정을 막는 것이다. 그 것은 좋은 결정을 많이 하는 것만큼, 어쩌면 오히려 그 것보다 더 중요하다. 하 부회장이 문송들을 중용한 이유도 이 것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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