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조양호 회장이 별세하자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는 총수일가가 주식담보대출과 계열사 배당을 활용해 지배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주사 한진칼의 2대주주인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KB증권은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의 상속 방법이 그룹 지배구조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강성진·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조양호 회장이 보유하던 한진칼 지분을 상속하면 내야 할 상속세가 1625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상속세를 최대 5년간 분납할 경우 연간 325억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진칼은 2018년 이익에 대해 179억원을 배당하기로 했다”며 “지난해 말 조양호 회장과 세 자녀의 합산 한진칼 지분율(24.8%)을 고려하면 한진칼 배당금만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또 상속인들은 한진칼 배당보다 상속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자산에 의존해 상속세를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총수일가가 상속 재원으로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조양호 회장 일가가 가진 한진칼과 한진 지분 가치가 1217억원"이라며 "보통 평가가치의 50%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 조달 가능금액은 609억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KCGI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고려 할 부분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 측과 안건 대결을 펼친 KCGI와 관련해 “지분 상속 등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안건 다툼이 생길 경우 KCGI 측 의견이 관철될 여지도 커졌다”고 예상했다.
KCGI는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지난달 개최된 주총에서 총수일가 측과 표 대결을 벌였다. 송치호 이베스트증권 연구원 역시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약해질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한진칼은 국민연금공단과 KCGI에 의해 지분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그룹 총수인 조양호 회장의 별세에 따라 총수 일가의 최대주주 위치가 위협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상속세율 50%를 단순 적용해 조양호 회장 보유지분(17.8%) 절반을 상속세로 납부한다고 가정하면 한진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에서 20%로 하락한다”며 “KCGI 및 국민연금공단 합산 지분율은 20.8%로, 단순 지분 기준으로도 최대주주 위치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