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경제학 박사)는 국내 기업문화의 문제점을 이같이 꼬집었다. 상당수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채 기업집단을 이루고 있다. 반면 미국은 기업이 성장하면 전문경영인을 선임해 분리한다.
박상인 교수는 "미국식 기업지배구조 관리·감독 제도는 회사 지분이 없는 전문경영인의 전횡으로부터 주주를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 같은 제도는 오너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한국에 충분치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 기업지배구조에서 대립은 주주와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지배주주와 비지배주주 사이에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지배주주가 경영에 참여해 비지배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박상인 교수는 "지배주주는 사익편취를 위한 일감몰아주기, 승계를 위한 기업 인수·합병(M&A), 월급을 챙기기 위한 문어발식 계열사 임원 등기 등의 방법으로 비지배주주를 착취한다"고 설명했다.
또 '마조리티 오브 마이너리티(Majority of minority, 비지배주주 다수 동의)'를 통해 비지배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배주주와 비지배주주 사이에 이익상충이 될 여지가 있는 경영활동에 대해선 비지배주주의 과반 찬성을 받아야 하는 제도다.
현재 홍콩, 이스라엘, 인도 등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상법 개정이 아닌 금융위원장 직권으로 상장규칙에 이같은 내용을 포함시킬 수 있어, 이 제도를 도입하기 어렵지 않다는 게 박상인 교수의 설명이다.
또 그는 "지배주주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비지배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재 둘간 이익상충이 우려되는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는 공시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같은 경영 활동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오히려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인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 가장 중요한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투명성과 준칙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주권 행사하는데 있어 지난해부터 스튜어드십코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주주들의 권익을 위한 '첫발'을 뗐다"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의적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스튜어드십코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내용을 기준으로 세워 의사결정을 한다. 따라서 ESG에 근거한 준칙주의를 도입해서 자의적 의사결정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상인 교수는 "이를 위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진행되는 회의 등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해 재벌개혁을 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고, 반대편에서는 연금사회주의를 비판하고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에 자금을 내는 위탁자의 권익를 보호하는 제도일 뿐 이분법적인 시각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