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이 그린 금감원은 허구? "곧 현실"

2019-03-2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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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의 포스터.


"민망하다." 영화 '돈'을 본 금융감독원 직원은 28일 이처럼 말했다. 그만큼 현실과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 개봉한 돈은 증권가에서 일어나는 금융범죄를 소재로 삼았다. 배우 조우진이 연기한 한지철은 금감원 수석검사역이다. 한지철은 물불 안 가리고 불공정거래 세력을 뒤쫓는다.
◆아직 영화에서만 가능한 이야기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다. 금감원 직원은 누군가를 미행하거나 사진을 찍어 자백을 유도하지 않는다. 함부로 통신기록을 조회할 수 없고, 압수수색을 할 권한은 더더욱 없다.

영화에서는 금감원 직원이 주식시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이 역시 금감원보다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하는 일에 가깝다. 실시간 감시를 위한 시스템도 거래소에 있다.

즉, 불공정거래 혐의를 맨 처음 잡는 곳은 거래소 시감위다. 여기서 적발한 사례가 금감원을 거쳐 금융위원회 산하 자본시장조사단으로 넘어간다. 사안이 급하면 패스트트랙을 통해 곧장 검찰에 넘기기도 한다.

물론 금감원도 불공정거래 조사를 위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불공정거래가 첨단화·조직화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도리어 번번이 뒷북 조사가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돈에 나오는 한지철은 금감원 직원이 바라던 모습일 수 있다. 금감원도 이 영화를 위해 자문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여의도에 자리한 금감원 건물도 영화를 찍으라고 빌려줬다. 금감원 직원이 지닌 것과 똑같은 명함까지 영화에 나온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을 비롯한 주요임원이 영화 시사회를 찾기도 했다. 금감원 내부적으로 기대가 컸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르면 연내 금감원판 한지철 나와

앞으로는 '금감원판 한지철'이 나올 수도 있다.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이 금감원 직원에게 주어질 공산이 커졌다. 특사경으로 뽑히면 검사로부터 지휘를 받으면서 강제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영화처럼 통신사실 조회나 압수수색, 출국금지, 신문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얼마 전 금감원 직원을 특사경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업무계획에 담았다. 빠르면 올해 안에 금감원 직원에 대한 특사경 지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감원 직원은 금융위원장 추천과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서울남부지검장) 지명을 거쳐 특사경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금감원은 2018년 151건에 달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사했다. 금융위에 속한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쳐 검찰에 이첩한 횟수는 89건이다. 여기서 금감원이 스스로 찾아낸 사건은 62건에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불공정거래 행위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본다. 불공정거래 행위 하나를 잡기까지 금융위와 거래소, 금감원 모두를 거쳐야 한다. 이러는 바람에 관계당국 간 소통 부족이 말썽을 일으키기도 한다. 물론 지금처럼 이중삼중으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꼭 나쁘지는 않을 수 있다. 상호보완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차 감시자인 거래소 시감위만 피하면 주가조작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진화하는 불공정거래에 맞춰 새로운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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