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대 은행의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이 최대 1% 초반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인 1.8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지난해 연평균 물가상승률인 1.5%와 0.5% 정도의 수수료 비용을 감안하면 원금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노후 생활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퇴직연금이 원금 보장조차 어려워지면서 노후 대비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은행의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이 1.34%, 비보장형이 -1.93%로 총 1.26%를 기록했다.
다른은행도 상황은 비슷해 신한은행이 1.43%, KEB하나은행 1.34%, 우리은행 1.21%였다.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은 각각 1.23%, 1.06%로 집계됐다.
가입자가 퇴직연금 운용 방식을 직접 결정하는 확정기여형(DC형)의 상황은 더 나쁘다.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경우 6대 은행은 -3.76~-6.36%의 수익률을 보였다. 전체 수익률이 0%대인 은행도 많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증시가 급락하고 시장금리 하락폭이 커지면서 상품 수익률이 고꾸라졌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수수료도 수익률을 갉아먹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퇴직연금 수수료는 금융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0.5% 내외다. 수수료 자체가 높진 않지만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고 수익률은 낮은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수수료 절대액은 증가하는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투자해야 하는 퇴직연금 특성상 한 해 성과만 볼 것이 아니라 3년, 5년, 10년의 장기 성과를 고려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연금상품은 노후보장 자산을 안정화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가입자 본인들도 연금의 운용·관리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