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친중' 성향 한궈위의 대륙行…중국서 융슝한 대접

2019-03-2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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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이 대만판공실 주임과 3시간 회동 "92공식은 양안관계 여의봉"

선전서 2억 위안 규모 농산물 구매계약도 체결

22~28일 홍콩·마카오·선전·샤먼 방문 계획

대만 친중 성향의 야당 국민당 차기 대선주자로 유력한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이 중국내 대만 정책 총괄 사령탑을 만나 "92공식(九二共識)은 양안(兩岸·중국 본토와 대만) 관계의 여의봉"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92공식은 지난 중국 본토와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일컫는 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광둥성 선전을 방문 중인 한궈위 시장은 25일 오후 가오슝시 대표단을 이끌고 류제이(劉結一)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임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 시장은 "중국 대륙 도시들과 교류를 강화해 경제·무역 등 방면에서 실질적 협력을 전개해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길 바란다"며 92공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궈위 가오슝 시장. [사진=AP·연합뉴스] 


류 주임도 "양안 동포는 한 가족"이라며 "우리는 양안 도시가 92공식 기초 위에서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함께 발전하는 걸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안 동포가 함께 단결해 92공식을 견지하고 대만독립 분열세력에 단호히 반대하고 양안관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나가자"고 말했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번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특히 중국의 대만정책 총괄 사령탑이 친중 성향의 대만의 차기 유력한 총통 후보를 만나 사실상 무게를 실어준 것인만큼 눈길이 쏠렸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즉각 '한궈위 띄우기'에 나섰다. 

국무원 대만판공실 산하에서 운영하는 중국대만망은 이날 평론을 게재해 "92공식은 가오슝에 행복을 가져올 수 있으며, 한궈위는 92공식과 함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쪽에서 한궈위가 가오슝 경제살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대만 당국과 대만 독립세력이 양안위협론을 선동하며 한궈위가 가오슝항구를 팔아먹으려고 본토행에 나섰고 모함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대만 독립 성향의 여당 민진당이 한궈위를 공격하는 건 홍콩·마카오 일국양제(一國兩制·한국가 두 체제)의 성공을 눈에 거슬려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반면 대만의 중국 본토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대륙위원회는 이날 저녁 "중국 대륙에서 경제를 핑계로 내세워 대만 정치인에 대해 통일전선을 펼치며, 대만을 집어삼키려는 정치공작을 전개하고 있다"며 "모든 정치인은 양안 교류에서 사회적 정서를 중시하고 국가 이익의 마지노선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오슝시 대표단이 귀국후 한달내 가오슝시는 정부에 관련 시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궈위 시장은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홍콩·마카오·선전(深圳)·샤먼(廈門)을 방문한다. 이번 중국행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여론을 의식한 듯 경제협력에 초점을 뒀다는 뜻의  '경제지려(經濟之旅)'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 시장은 이날 선전시에서 약 2억 위안(약 337억원) 규모의 농산물 구매 계약도 체결했다. 이로써 홍콩·마카오·선전 3개 도시를 돌며 체결한 경제협력 규모만 43억 대만달러(약 1581억원)에 달한다고 홍콩 명보는 집계했다.  

25일 광둥성 선전에서 한궈위 가오슝시 시장이 선전시와 2억위안 규모의 농산물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신화통신]


한 시장은 가는 곳마다 현지 정부의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중국 지도부로부터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는 대만 차기 유력 대선 후보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는 평이다. 류제이 주임은 한 시장과의 회동에서 30분 먼저 약속장소에 도착해 대기했을 정도다. 대만 현지 매체들은 한 시장이 지난해 말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 시장이 경제협력 교류차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의전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무소속 출신의 커 시장 역시 차기 대만 총통 주자로 유력한 인물이다. 

다만 한궈위 시장은 오는 2020년 1월 치러질 대만 차기 총통선거에 출마할 의사를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다. 그는 그동안 대선 출마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2020년은 고려 범위에 있지 않다", "4년 가오슝 시장 임기를 채울 것", "전심전력을 다해 지역 경제를 살릴 것"이라며 에둘러 대답해왔다. 

지난해 11월 대만 지방성거에서 '한류(韓流)' 열풍을 일으키며 시장에 당선된 한 시장은 최근 대만 차기총통 관련 여론조사에서 매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민진당 지지성향의 싱크탱크인 대만민의기금회가 25일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행정원장 출신의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국민당 한궈위,  무소속 커원저 세 사람이 대결 구도를 펼칠 경우, 지지율이 라이칭더 36.5%, 한궈위 29.9%, 커원저 26%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 국민의 65.9%는 차이잉원(蔡英文) 현 대만총통이 연임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보고 있으며, 26.1%만이 연임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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