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세계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 파운드리 매출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양사가 이 분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다.
◆ 올 1분기 파운드리 시장도 '침울'
1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6% 감소한 146억 달러(약 16조5038억원)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 관계자는 "높은 재고 수준, 자동차 시장의 수요 감소,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부족,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이 1분기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생산량은 700억 달러(약 79조135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지만, 전년(689억 달러) 대비 생산량이 감소할 위험도 있다"고 내다봤다.
파운드리는 고객사로부터 반도체 설계도면을 받아 대신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이 시장은 올해 1분기 기준 TSMC가 약 절반(48.1%)을 독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1%의 점유율로 2위에 올라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파운드리를 포함해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2030년까지 비메모리 분야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시장 확대에 공을 들여 왔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문을 분사해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만들었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 투자 회사인 우시산업집단과 함께 중국 장쑤성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했고, 최근에는 미국 반도체 설계·제조업체인 '사이프레스'와 홍콩에 합작법인 '스카이하이 메모리'를 세우고 파운드리 키우기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다음달 1일 합작법인을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메모리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두배에 달하는 등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올해 전체 반도체 시장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양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봤다.
◆ 메모리 하락폭은 커져···1분기, 영업익 6조원 증발
양사의 주력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이미 작년 4분기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올 1분기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모두 전 분기 대비 25% 이상 떨어지는 등 예상보다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시장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견인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업체들이 반도체 재고 소진에 들어가면서 수요가 급락했다.
이 같은 가격 하락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타격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8조3293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46.8% 급감할 것으로 추정됐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86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2.2%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양사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올해 들어서만 6조원가량 증발했다. 그만큼 반도체 업황이 어려웠고, 양사의 영업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속도도 가팔랐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말 당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2조3154억원으로 현시점 전망치보다 3조9861억원 많았다. 그러던 것이 지난 1월 말에는 9조5391억원, 2월 말에는 8조6266억원으로 낮아진 뒤 현재 수준으로 다시 한번 하향 조정됐다.
SK하이닉스도 12월 말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금보다 1조9070억원 높은 3조9937억원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1월 말 2조2896억원으로 2조원대로 떨어져 현재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에선 주요 서버 고객들이 구매를 서두르지 않아 재고가 늘면서 가격 하락폭이 더 커졌고, 낸드는 경쟁사들의 공급량 증가로 공급과잉 상황이 악화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