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발언대] 전남대 박상철 교수, "미래과학기술의 핵심은 생명이다"

2019-03-1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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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사진=박승호 기자]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인간이 염원한 가장 중요한 사안은 더욱 더 오래 잘살기를 바라는 장생불로의 꿈이었다. 신화시대부터 인간은 켄타로우스 같은 반인반마, 미노타우루스같은 반인반우, 스핑크스 같은 반인반사, 세이렌 같은 반인반조, 인어 같은 반인반어를 상상하였다.

서양만이 아니라 동양에서도 복희-여와의 반인반사, 염제신농의 반인반우와 같은 인간과 동물의 하이브리드 존재를 상상하였다.

이러한 반인반수(半人半獸)는 인간이 자신에게 부여된 3차원의 공간인 산과 들을 마음껏 뛰놀고 하늘을 날고 바다를 헤엄치면서 더욱 더 넓게 공간을 확보하여 한계를 극복하려는 욕구 때문이었다.

공간뿐 아니라 시간의 굴레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불멸의 존재인 신과 필멸의 존재인 인간의 결합으로 헤라클레스, 아킬레스, 디오니소스 같은 반신반인(半神半人)을 창조하였고, 직접적으로는 신과의 결혼으로 티토노스나 세멜레 같은 인간을 그려내어 죽음을 거부하고 시간적 한계를 초월한 영원한 삶을 염원하기도 하였다.

인간은 신화적 상상의 세계에 멈추지 않고 직접 장생불로를 추구하기도 했다. 동양의 연단술, 달생술, 양생술 같은 방법과 서양의 연금술이 팽배하여 사이비과학적 방법으로 천여년 동안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왔다.

특히 연금술의 목표가 단순한 일반 금속을 금과 같은 귀금속으로 변환하기에 그치지 않고, 죽지 않는 약 만들기, 만병통치약 만들기, 만물용해 물질 찾기, 그리고 원죄가 없는 생명체를 창조하였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연단술이나 연금술을 통하여 영원하고 건강한 새로운 생명을 추구하는 작업을 목표로 하여온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시간과 인력이 들어갔음에도 이러한 노력이 결국 무위로 끝난 것은 첫째 생명의 근본원리를 알지 못하였기에 사상누각이 되어버렸고, 둘째 각자의 연구결과를 독점하기 위한 이기심에서 비롯된 비밀주의 때문에 확장되지 못하고 일회성에 그치고 발전할 수 없었다.

현대에 이르러 생명의 근원인 미시적 구조인 유전자는 물론 거시적 구조인 인체의 형태와 기능에 대하여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이에 생명현상을 분자수준에서 개선, 개조가 가능하게 하는 분자생물학적 방법과 생체의 조직과 기관의 기능을 보조하거나 증강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공학적 방법이 개발되면서 이제는 현생인류가 후생인류라는 새로운 차원인 반인반기(半人半機)의 상태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학문적이거나 기술적인 한계를 벗어나 총체적 접근으로 생명체를 보다 완벽하게 보완해가는 일이기에 융합이 필요한 문제이다.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여 세계적 대기업들이 적극적 도전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발전 추세에 대해서는 사회적 심리적 철학적 윤리적 문제들이 제기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에너지와 효율을 추구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보다 더 나은 구조와 기능의 추구는 부득이한 일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방향으로 발전되어버리게 되므로 우리도 충분한 대비를 하면서 문제점을 유념해야 한다.

인간의 역사가 장생불로를 추구해온 역사라는 점을 되새겨 보면 과학기술의 궁극적 목표도 인간의 장생불로에 있으므로 과학기술체계도 생명을 위한 체계로 개편하여 오염을 극소화하고 재해를 최소화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발전적으로 미래를 향하여 과감하게 나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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