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학 권위자 박상철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초고령 사회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2021-11-28 16:03
  • 글자크기 설정

전남대학교 12차 건강백세포럼..."사회적 연대와 협력을 통한 공공성 극대화 공동체 구축해야"

고령자 치사율 젊은층보다 200배 요양원 요양병원 피하고 'Aging in Place 시스템' 갖출 때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 [사진=박승호 기자]

세계적인 장수학자인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가 “코로나19 팬데믹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인류에게 준 엄중한 경고이며, 여기에 대비해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필요하다”고 말해 국내외 의학계의 관심이 예상된다.
 
박 교수는 지난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전남대의대 덕재홀에서 열린 제12차 건강백세포럼에서 ‘미래장수사회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7일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로 지난 10월 20일 현재 전 세계 확진자가 2억4171만여명이고 사망자는 491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50~60대 남성사망률이 여성보다 2~3배 더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3월 12일 현재 확진자가 70대는 7.5%, 80대는 4.8%에 불과하지만 사망자는 70대가 27.7%, 80대가 56.3%이고 치사율은 70대가 6.5%, 80대는 20.7%로 고령자 치사율이 40대 이하 젊은 층에 비해 100~200배 더 높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이탈리아에서도 노인의 치사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코로나19 사망자가 중국에서는 80%가 60대 이상이고 이탈리아에서는 90%가 70대 이상이어서 노인들이 전염병에 심각하게 취약하다. 초고령이 문제가 되는 장수의 패러독스를 예시하고 있는 셈이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덕재홀에서 11월 26일 오후 제12차 건강백세포럼이 열렸다. 참석자들이 포럼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박승호 기자]

지금까지 인플루엔자 독감, 사스, 메르스, 그리고 최근 코로나19에서 노인의 치사율이 높은 것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노인의 면역기능과 폐기능 저하 때문으로 진단했다.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가장 중요한 수단이 백신 투여지만 대부분의 백신이 노인에게는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젊은이의 백신효과는 80~90%지만 노인은 10~20%를 넘지 못한다.
 
또 나이가 들면서 생체장기 기능이 저하되지만 그중에서 가장 빠르고 심하게 기능이 떨어지는 장기는 폐이다. 폐는 노화에 따라 섬유화가 진행돼 70대 이후에는 기능의 30%가 손상되고 이후 더욱 심해진다.
 
또 박 교수에 따르면 영국의 에자티(Mazid Ezzati)팀은 선진 35개 나라 기대수명을 예측한 논문에서 대한민국이 2030년에 세계 최장수국이 된다고 결론 내렸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이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90세를 넘어서고 남성 평균수명도 84세를 넘어 남녀 모두 최장수국이 된다는 것이다.
 
에자티팀은 그 이유로 경제적 개선, 교육을 포함한 사회안전망의 강화를 들면서 영양상태 개선, 초등학교부터의 급식과 영양교육, 의료제도와 첨단의료기술의 보급, 의료불평등을 해소한 건강보험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여성의 수명이 늘어난 배경으로 지난 100년 동안 키가 20.2㎝ 늘어나 세계 최고인 점을 꼽았다. 키의 변화는 유전뿐 아니라 영양과 제반 건강상태, 사회적 지원이 관여하기 때문에 신장 증가를 수명 연장의 증거로 제시했다.
 
에자티팀은 이밖에 한국여성의 비만율과 고혈압 비율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크게 낮은 것도 예시했다.
 

포럼 참석자들이 '한국의 백세인 20년의 변화'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사진=박승호 기자]

박 교수는 “인간의 장수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과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병존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전남 구례와 곡성, 전북 순창, 전남 담양에서 백세인들을 만나 조사한 것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생활습관으로 개선될 수 있는 대사증후군이어서 고령으로 갈수록 운동과 식습관을 개선해 건강을 스스로 지키는 자강(自康)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고령사회의 해법으로 떠오른 양로원과 요양원 같은 집단시설에서 의존적인 생활을 하는 것보다 자신이 살아온 공간에서 크고 작은 일을 남에게 신세지지 않고 직접 할 수 있도록 자립(自立)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양로원이나 집단요양시설이 밀집, 밀폐, 밀접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고령자 주거환경에 대해 보다 실용적이고 건강안전이 보장되는 새로운 유형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노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곳에서 그대로 살 수 있게 유도하는 향거장수(鄕居長壽, Aging in Place) 시스템과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는 고령자의 거주지로 의료진이 찾아 진료하는 향거치병(鄕居治病, Care in Place) 제도가 필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또 “노인들이 가까이 모여서 상부상조하며 공동생활을 하는 그룹홈(Group Home)이나 능동적으로 생활하며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케어팜(Care Farm)이 필요하고, 모든 주거시스템에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향약에 바탕을 둔 전통적인 상호배려의 ‘두레정신’이 스며들게 하자"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인류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진화의 정상에 도달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적응과 선택이라는 피동적 입장이 아니라 스스로 직접 설계해 과학기술을 활용, 생명체의 근원까지 변형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면서 “개인이 건강과 행복으로 충만하기 위해서는 개체성을 극대화하고 사회적 연대와 협력을 통한 공공성을 극대화한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부담이 없는 공동체가 고비용이 아닌 저비용 장수사회로 발전할 수 있게 “공동체 구성원들이 자립과 상호배려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은 전남대학교 노화과학연구소와 전남대병원 미래노화과학특성화사업단이 주관했다.
 
포럼은 1부 ‘한국의 고령화 추이와 사회적 변화’, 2부 ‘백세인의 건강과 삶의 변화’, 3부 ‘미래장수사회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좌장이 발표하고 패널과 토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일어난 우리나라의 사회적 인구패턴, 질병패턴의 변화와 복지정책, 특히 고령사회를 대상으로 한 사회적 복지제도의 거시적 변화를 다뤘다.
 
2부에서는 실제 조사에서 나타난 백세인들의 개인적 건강상태와 가족 및 지역사회적 부양체계의 변화를 정리하고 20년 동안 변화에서 백세인들이 더 건강해졌는가 그리고 더 행복해졌는가를 미시적으로 비교했다.
 
3부에서는 미래 장수사회를 위한 중요한 실험적 시스템의 구축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미래사회를 위한 지향점을 모색했다.
 
포럼에 앞서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와 전남대 노화과학연구소 소장인 박광성 교수, 전남대 생활복지학과 이정화 교수 등 10명이 공동집필한 ‘한국의 백세인 20년의 변화’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