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제주도보다 해외로"... 여행객 이탈 막으려면 고비용 논란 벗어나야

2019-03-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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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협회장

 

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회장 [사진=한국공정여행업협회 제공]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에 태어난 세대) '추억의 앨범' 속에는 제주도 여행 풍경을 담은 사진이 한두 장씩 있다.

당시에는 신혼여행으로 제주도만 갈 수 있어도 큰 호사이자 자랑이었기 때문이다. 비용이나 시간 등 때문에 해외에는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국내 최고의 여행지로 꼽혔던 제주도를 선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빠르게 변하며 여행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아니, 사람들의 선택 기준은 여전하나 제주도가 변했다는 말이 적절할 것 같다. 여행지를 고려할 때 가장 큰 요인인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제주도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설 연휴에는 지난해보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난 반면, 제주도 여행객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모바일커머스 티몬에 따르면 설 연휴 일주일(1월 31일∼2월 6일)간 자사의 국내외 항공권 예약 건수를 분석한 결과, 해외여행 항공권은 지난해 설 연휴 기간(2018년 2월 12∼18일)보다 18% 증가했다. 반면 제주도 항공권 예약 건수는 이 기간 18%나 감소했다.

올해 설 연휴 해외 인기 여행지 1∼2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본 오사카와 후쿠오카가 나란히 차지했다. 대만 타이베이, 베트남 다낭, 일본 도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제주도가 질적인 측면에서는 일본에 뒤지며,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대만이나 베트남 등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저비용항공사들의 증가로 해외로 나가는 게 더욱 싸고 편해지면서 제주도의 약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도 2017~2018년 한국의 소비자들이 국내여행을 어떻게 했고 계획하는지에 대한 수집자료(5만2000명)를 토대로 “국내여행지에 대한 만족도 향상, 비용과 관련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여행객의 해외 이탈이 지속될 것”이라고 최근 지적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박 이상의 국내여행 경험률은 68.1%, 계획보유율은 69.8%로 차이가 크지 않으나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포인트(p)와 3.4%p 하락해 국내여행 시장의 축소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소비자들이 과거보다 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만족도)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인당 총 여행비용은 21만500원으로 2017년(21만1100원)에 비해 감소했다. 그러나 전체 여행기간을 고려한 1일 비용은 6만9000원에서 7만2100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식도락과 호텔 투숙의 증가로 인해 총 여행경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식음료비(31.3%)와 숙박비(27.7%)가 증가(각각 △0.5%p)했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지출액보다는 가격 대비 가치를 따지며 짧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실속추구 성향이 커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 호텔을 비롯한 현지의 콘텐츠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제주도의 여행객 감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저비용항공사의 성장으로 제주도를 가는 것과 일본이나 대만, 베트남 등 가까운 해외로 떠나는 것과의 교통비 차이는 상당히 줄었다. 반면 현지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나 비용 자체는 해외가 제주도를 압도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고비용 논란에 제주도의 인기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여행지에 대한 관심도가 하락했으며, 특히 전통적 인기지역 1~3위인 제주(▽6.1%p), 강원(▽2.7%p), 부산(▽2.3%p)과 함께 전북(▽2.5%p)의 하락폭이 컸다. 체감만족도(5점 만점)의 해외여행 평균은 4.01점으로 국내평균 3.89점보다 높다. 아시아는 3.94점, 가장 많이 방문하는 일본 4.06점, 베트남 3.92점이다. 낮은 국내여행 만족도가 해외여행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재방문의향(로열티)이 제주도가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전국 16개 시·도 중 재방문의향은 제주가 4.12점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에 해외 여행지는 3.88점에 불과했다. 고비용 논란만 벗어난다면 제주도가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제주도는 이제라도 ‘해외여행보다 제주도 가는 게 더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만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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