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에 대해 미국으로의 신병 인도 절차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중국과 캐나다, 미국간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이것이 미중 무역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법무부는 1일(현지시각) 멍완저우 부회장을 미국으로 인도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화웨이 창업주의 딸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멍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초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요청에 의해 캐나다 현지에서 체포됐다가 현재 보석으로 풀려나 벤쿠버에 체류 중인 상태다. 미국 사법부는 멍 부회장과 화웨이에 대해 기밀탈취, 금융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으며, 캐나다에 멍 부회장의 신병 인도를 공식 요구한 상태다. 캐나다 법원은 오는 6일 멍 부회장 신병 인도와 관련한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멍완저우 부회장 측의 변호사인 데이비드 마틴은 캐나다 법무부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그는 성명에서 "캐나다 법무부의 결정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은 미·중 무역협상에 도움이 된다면 사건에 개입할 수 있다고 수 차례 말해오는 등 이번 사건이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주재 중국 대사관도 성명을 내고 "이것은 단순히 사법적 사건이 아니라, 중국 하이테크 산업에 대한 정치적 학대"라며 "캐나다가 '법규'와 '사법적 독립'을 주장한다 해도 그것이 멍완저우 사건에 대한 캐나다 측의 실수를 덮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캐나다의 신병인도 결정으로 중국의 캐나다에 가하는 압력이 더 거세질 것으로 블룸버그 통신은 전망했다. 중국은 그동안 멍 부회장의 미국 신병 인도를 막기 위해 캐나다인을 억류하고, 캐나다산 카놀라 수입을 제재하는 등의 방식으로 캐나다에 압력을 가해 왔기 때문.
SCMP는 캐나다 정부의 멍 부회장 신병 인도 절차 개시가 미·중 무역협상에 또 다른 변수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미·중 무역협상에서 화웨이 사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줄곧 내비쳤왔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들과 만나 미·중 무역협상 연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그는 멍 부회장 문제를 미국 법무장관과 논의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은 그동안 동맹국을 향해 국가 안보 위협을 내세워 화웨이 '보이콧' 움직임에 나서왔다. 화웨이 제품에는 사용자 정보를 몰래 빼내는 장치, 즉 백도어가 설치돼 있다며 화웨이가 타국의 정보를 중국으로 빼돌리는 스파이라는 게 미국 측의 주장이다.
미국의 공세에 맞서 화웨이는 기술,정보 탈취나 중국 공산당과의 커넥션은 없다며 회사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보안 우려에 정면 돌파라도 하겠다는 듯 지난달 28일 미국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면광고를 내기도 했다. 화웨이는 광고에서 "당신이 듣는 모든 말을 믿지 말아라. 와서 보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실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에 대해 하는 말을 전부 믿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