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회담 결렬] 빈손 그친 김정은, 베트남 공식행사 '반쪽' 그치나(종합)

2019-03-0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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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시간 만에 모습 드러낸 김정은, 지친 기색 역력…경제시찰 없이 2일 오전 출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빈손'에 그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베트남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세기의 핵담판' 이후 26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베트남 공식 일정도 사실상 '반쪽 행사'에 그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의 현지 '경제 시찰'도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애초 일정을 앞당겨 2일 오전 북한으로 돌아간다.
65시간 동안 전용열차를 타고 베트남에 온 김 위원장이 '빈손 회담'에 이어 '반쪽 행사'로 이번 일정을 마무리할 경우 향후 행보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지친 기색' 역력…26시간 만에 첫 일정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20분(이하 현지시간) 현지 숙소를 나섰다. 세기의 핵담판 결렬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정부가 마련한 환영 행사와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양자 정상회담' 등에 참석하기 위해 주석궁으로 향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지난 1964년 김일성 당시 국가주석 방문 이후 55년 만의 일이다.

북한과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 당시 '혈맹관계'였지만, 2017년 김 위원장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에 베트남 여성이 연루되면서 양국 관계에는 금이 갔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하노이에 열리는 것 자체가 양국 관계에는 큰 의미를 지닌다는 얘기다.

숙소를 떠난 김 위원장은 이윽고 베트남 주석궁에 도착했다. 하지만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이른바 '노딜'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다소 굳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김 위원장은 쫑 주석과 인사를 나누면서 살짝 미소를 짓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쫑 주석과 함께 나란히 걸으면서 베트남 의장대를 사열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체력적으로도 힘에 부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 위원장과 쫑 주석은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양자 정상회담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조미(북미) 수뇌회담 기간에 베트남 동지들이 우리의 활동을 위해서, 우리의 편의를 위해서 성심성의로 모든 것을 다 해서 보장해주신 데 대해서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베트남 정부에 감사 인사…노딜 언급했을까

이어 "베트남에 들어서는 국경에서부터 전 기간에 걸쳐서 이렇게 따뜻하게 환대해주시고 뜨겁게 맞아주신 것에 대해 베트남 인민의 진심 어린 마음을 접할 수 있었다"고 거듭 감사를 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노딜로 끝난 핵담판 결과를 언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쫑 주석은 "김 위원장의 방문이 양국관계 역사에 중요한 '새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리용호 외무상·노광철 인민무력상 등이, 베트남 측에서는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쩐 꾸억 브엉 공산당 중앙집행위원회 사무국 상임위원 등이 각각 배석했다.

김 위원장은 쫑 주석과의 양자 회담 후인 6시 30분 하노이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베트남 정부가 마련한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ICC는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앞서 두 차례나 사전 답사한 곳이다.

김 위원장은 다음 날인 2일 하노이 바딘광장 주변 전쟁영웅·열사 기념비와 호찌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 묘에 헌화한 뒤 오전 중 전용열차를 타고 귀국길에 오른다. 애초 예정된 오후 일정을 최소하고 북한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경제시찰도 일정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하노이 회담 직전까지 '베트남 경제모델' 띄우기에 나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7일 '경제 발전에 힘을 넣고 있는 베트남'이라는 기사에서 "베트남 당과 정부는 당의 영도적 역할을 높이고 사회주의 정권을 튼튼히 다지는 것과 함께 경제 발전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며 "베트남의 경제 발전 잠재력은 크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의 '도이머이(쇄신)' 정책은 북한이 원하는 경제모델이다. 북한과 베트남은 '아시아 지역의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 등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도이머이 정책을 추진한 베트남의 최근 경제성장률은 '연 7%대'에 달한다.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는 데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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