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막이 올랐다. 두 정상의 담판 결과를 예상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북·미연락사무소 설치 등에 합의하는 스몰 딜이든, 이보다 진전된 미디엄 딜, 전면적인 빅 딜이든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순식간에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거나 당장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거란 사실이다. 북한 핵개발이 지나온 길은 멀고 험했다. 비핵화의 길 역시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1차 북핵 위기)로 시작된 북핵 문제를 전략과 전술 개념에서 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큰 틀과 계획이 전략이고, 전술은 그 방법과 수단이다. 북한에 핵 개발은 전략이 아닌 전술이며, 전략은 종국적으로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 돈으로 수렴한다.
그로부터 10년 뒤 북한은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1차 핵실험 성공을 만방에 과시했을 때 필자는 미 캘리포아니주 스탠퍼드대학의 언론인 장기연수프로그램(나이트 펠로십)에 참여 중이었다. 1년 동안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야후뉴스 등 미국 유수의 언론사 기자들과 동고동락했는데, 북한 핵실험은 그들에게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이들은 여러 질문을 했는데, 핵심은 ‘왜(Why)'였다. '왜 김정일과 북한은 핵무기를 만드는가'라는 물음에 필자의 대답은 ‘머니(Money)'였다. 그 설명은 1997년 중국-북한 국경선 취재 경험담을 들려주는 데에서 시작했다. “북한은 1990년대 소련 등 동구권 붕괴, 김일성 사망, 한-중·한-소 수교,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 등으로 국제무대에서 고립됐다. 여기에 극심한 가뭄 등 자연재해로 인한 대기근에 100만명 이상 숨졌다. 정권을 유지하고픈 김정일은 핵무기를 벼랑 끝 전술로 꺼내들었다. 그 전술이 지향하는 전략은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 즉 미국의 돈이 필요한 경제였다. 1990년대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과 핵 포기, 경제 지원, 북·미수교를 놓고 밀고 당기는 협상을 해왔는데 2001년 조지 부시 2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협상은 유야무야됐다. 북한 지도자는 주민들을 더 이상 굶어 죽게 하지 않기 위해 미국을 향해 구애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된 거다. 김정일은 전쟁을 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게 아니다. 김정일은 인민들이 그를 욕하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정권 유지를 원하는 김정일에게 경제적 이득을 주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은 경제, 머니다." 동료들은 김정일이 적어도 미국, 한국과 전쟁하려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미치광이 전쟁광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했다.
다시 10년 새 김정일은 죽고 김정은이 뒤를 이었다. 핵 개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북한은 벼랑 끝 전술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라는 전략을 위해 꺼내든 핵 미사일 전술, 아버지의 유훈(遺訓)을 김정은은 더 대담하게 실행에 옮겼다. 2017년 전쟁까지 일어날 수 있었던 최악의 위기 이후 2018년 신년사부터 김정은은 먹고사는 문제 해결, 경제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잇따라 만나 한반도 평화의 첫 장을 열었다. 이제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개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해결을 미국의 국익을 위한 업적으로 내세우며 2020년 대선 승리를 갈망한다. 그는 북한 경제를 살릴 돈을 원하는 김정은과 서로 전략적으로 주고 받을 게 꽤 많다. 전술이 아닌 전략, 결국은 경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