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흔드는 'KCGI 강성부' 누구?

2019-02-27 15:09
  • 글자크기 설정

강성부 KCGI 대표.

"범죄 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의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을 금지할 것"

2000억원짜리 펀드가 한 해 매출 16조원을 올리는 회사에 제안한 내용이다.

토종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강성부 펀드'는 지난해 말부터 한진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사들였고, 순식간에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이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퇴진을 요구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강성부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CGI) 대표가 국내 주식시장을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것은 분명하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강성부

금융투자업계에서 강 대표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로 불린다. KCGI도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을 줄인 말이다.

그는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지배구조에 관심이 많았다고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하던 시절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2015년부터는 사모펀드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LK파트너스 대표 시절 요진건설과 현대시멘트 등에 투자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이후 LK파트너스에서 독립해 지금의 KCGI를 차렸다. 강 대표 덕에 돈을 벌었던 투자자들은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대거 참여했고 한 달 만에 1400억원이 모였다고 한다.

이 자금이 한진그룹의 지분을 사들이는 밑천이 됐다. KCGI 같은 행동주의펀드는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문제가 있는 회사 지분을 사들이고, 경영을 개선해 수익률을 올린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30%에도 못 미친다. 조양호 회장 본인이 직접 가진 주식은 17.84%에 불과하고, 우호세력을 합쳐야 28.93%로 늘어난다. 현재 KCGI 측에서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10%가 넘는다.
 

[그래픽=아주경제DB]

한진그룹 오너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펼쳐질 경우 KCGI에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한진칼의 소액주주 지분은 58%에 육박한다.

국민연금도 KCGI와 한 목소리를 낼 공산이 크다.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했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기업가치를 높여 연금가입자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형 주주행동주의가 대기업 집단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며 "주주행동주의가 다양한 주식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래픽=아주경제DB]


◆일본항공 사례에서 배우는 KCGI

강 대표는 지난해 말 모리타 나오유키 전 일본항공(JAL) 부사장과 만나 한진그룹 발전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조언을 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0년 파산 상태의 일본항공(JAL)에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회장을 투입했다. 교세라 부회장을 지낸 모리타 나오유키는 당시 이나모리 회장의 핵심 참모로 활약했다.

이후 일본항공은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힐 정도로 회생에 성공했다.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임직원 3분의 1을 줄이는 것이었다. 실제 일본항공 임직원 수는 2009년 4만8714명에서 2011년 3만875명으로 급감했다.

일본항공 회생 작업이 시작된 이후 급여도 평균 20% 삭감됐고 퇴직자 연금 지급 규모도 30% 줄었다. 여기에 대형기종 매각과 노선 개편, 정부의 재무 지원 등이 병행되자 일본항공이 살아났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등 관계자들이 지난달 16일 오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는 플라자 호텔 앞에서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주주권행사(스튜어드십코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대한항공 노조도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KCGI는 그럴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항공의 파산을 현재 대한항공의 상황과 같은 눈높이에서 보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근거로 활용된다.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KCGI 측의 주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CGI가 오너 일가를 경영에서 아예 배제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한항공이 보유한 자산만 잘 정리해도 경영정상화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