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회담 성공의 열쇠는? 비핵화 로드맵 vs 단계적 합의
2차 정상회담이 확정된 뒤 국내외 언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는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이다. 지난해 6월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합의문을 발표한 직후 미국 내에서는 모호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비핵화라는 모호한 약속만 있을 뿐 시기와 방법이 적시돼 있지않다는 것이다.
이즐리는 양국의 상호 요구를 담은 로드맵 제시를 회담 성공의 열쇠로 꼽았다. 그는 "만약 하노이 정상회담이 비핵화 단계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2개의 로드맵을 동시에 갖춘다면 성공적일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즐리 교수는 로드맵에는 상호간의 행동방침이 담긴 시간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카지아니스는 "북한과 미국 모두 현실적 기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측이 아직 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복잡한 로드맵을 만들어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영변핵시설 해체와 일부 경제완화를 맞바꾸는 것 같은 단계적인 협상 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카지아니스는 "이렇게 되면 양측은 서로의 의도를 테스트할 수 있으며,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이 단계를 거친 후에야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로드맵 같은 어려운 것을 합의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美 제재완화 일환으로 남북경협 지지 가능성 ↑
북한은 현재 비핵화의 대가로 경제적 제재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높은 상황에서 당장 경제완화를 하기에는 트럼프 정부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즐리는 "미국은 북한에 인도주의적 구호 혹은 제한된 제재 완화 혹은 남북경협 같은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수준은 미국의 제재 정책을 뒤집을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카지아니스 연구원 역시 미국이 당장 제재완화를 선언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는 제재해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북한이 필요한 것을 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제재완화의 대가로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그것을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카지아니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완화' 대신 남북경협과 같은 카드를 사용해 북한의 경제적 압력을 줄여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대신 이를 위해서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쇄와 같은 명확한 비핵화 첫걸음을 반드시 내딛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렇게 해야만 전세계는 북한이 완전히 핵프로그램을 없앨 의향이 있다고 인지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 구축은 한번 협상으로 불가능"···"종전선언은 트럼프의 업적될 것"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달말 트럼프 대통령이 6·25 전쟁을 종식할 준비가 돼있으며, 미국은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며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즐리는 평화 구축은 하나의 과정이며, 한번의 협상으로 이뤄지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이들이 평화를 원하지만, 평화에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북한과의 한번의 협상으로 (평화가) 이뤄지지는 않는다"라면서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즐리는 또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수십년 간 한국전쟁의 재발을 막아온 미국의 동맹관계나 휴전협정의 가치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카지아니스는 하노이에서 종전선이 나올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의 큰 업적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도 종결짓지 못했던 전쟁을 끝낸다는 것은 셧다운이나 러시아 스캔들 같은 국내 이슈를 넘어서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카지아니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