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대진침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까사미아·에넥스·코스트코·대현하이텍 등 11개 업체 제품 모두 17만5677개에 수거 명령이 내려졌다. 미국 씰리침대의 한국지사인 씰리코리아컴퍼니는 지난 15일부터 안전상 우려가 있는 침대 497개를 자진 리콜에 들어간 상태다.
원안위가 지난 8일 기준 수거명령이 내려진 전체 라돈 제품에 대한 수거율을 집계해 본 결과, 제품 판매 기준으로는 60%, 리콜 신청 기준으로는 97%로 각각 집계됐다. 언뜻 리콜 신청 기준으로 보면 수거율이 높은 것 같지만,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면 수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셈이다.
실제 회수율도 업체별로 차이가 컸다. 가장 회수율이 높은 곳은 ‘라돈 매트리스’ 논란에 불을 지핀 대진침대다. 반면 리콜을 진행 중인 하이젠 온수매트(3만8000개)의 회수율은 가장 저조했다. 지난달 15일 수거 명령을 받은 하이젠 온수매트는 4월 중순까지 리콜을 완료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리콜 이행 점검’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제품안전기본법상 이행점검 횟수나 주기에 대한 기준이 없어, 리콜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회수율이 저조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소비재의 경우 판매현황 자료 확보가 어려워 대부분 소비자 제보에 의존한다. 앞서 원안위가 수거명령을 내린 제품을 판매 기준과 리콜 신청 기준으로 구분했을 때 수거율이 37%까지 차이 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옛날 제품 경우 업체가 정보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용자들이 신청했을 때 수거 해야 하는데 그 사이 임의로 버려서 폐기물 처리가 된 경우도 있다”면서 “베갯잇과 같은 저가 제품도 사실상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설사 리콜이 제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업체가 최종적으로 소비자 피해 구제를 할 여력이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리콜 조치 비용과 소비자의 손해배상청구 예상액 등으로 사업자의 영업 유지가 위태로울 수 있다. 이는 결국 소비자 보호에 위협이 되는 요소다.
대진침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리콜 조치 과정에서 1개월 내 수거·폐기를 완료한다는 당초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고, 결국 우정사업본부가 대신 수거를 집행했다. 또한 한국소비자원 집단분쟁조정위원회가 매트리스 교환 및 30만원 위자료 지급의 조정안을 결정했지만, 대진침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 소비자원의 조정안은 당사자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특별한 효력이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대진침대 재무상태표(2017년 말)에 따르면, 유동자산 204억원, 비유동자산 203억원, 부채 23억원으로 순 자산은 약 384억정도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이 257억원 상당의 채권최고액 가압류를 걸어둔 데다, 유동자산 기초로 마련한 180억원 중 매트리스 수거·파기·교환 등 비용으로 약 170억원 이상이 사용됐다.
이와 관련 국회 입법조사처는 “라돈 매트리스 리콜 사태의 사업자 자산 상태가 악화한 경우, 소비자 보호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해결책으로는 “리콜 보험, 공제조합 등의 활성화를 통해 사업자의 영업 유지와 소비자의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