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KY 캐슬' 염정아 "워킹맘과 여배우…밸런스 놓치지 않으려 노력 중"

2019-02-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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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SKY 캐슬' 염정아[사진=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상 이토록 강렬한 대사가 있었던가? 할리우드 여배우에서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를 연상케 만드는 우아한 차림새를 한 배우 염정아(47)의 입에서 쏟아지는 상스러운 말들은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동시에 신선한 재미를 일깨워주었다. 그 이질적인 '낯선 감각'은 곧 드라마 'SKY 캐슬'의 분위기를, 시청자들을 장악했고 드라마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해 올 상반기까지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한 JTBC 드라마 'SKY 캐슬'(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들여다보는 풍자 드라마다. 온 매체와 대중의 중심에 서 있었던 'SKY 캐슬'은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매 회마다 '기록'들을 경신해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배우 염정아가 있었다. 그는 오직 염정아기에 가능했던 섬세한 연기 결로 우아하고 품격 있는 여자 한서진과 과거를 숨긴 채 욕망을 좇는 여자 곽미향을 오가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이 꿈만 같다"는 염정아지만 이 모든 인기와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준비되어있던 그였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나눈 염정아의 일문일답이다

JTBC 드라마 'SKY 캐슬' 염정아[사진=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연기 데뷔 28년인데도 새삼스럽게 연기에 관한 호평이 쏟아졌다
- 배우의 연기를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잡아주는 연출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거기다 감각적인 촬영으로 연기가 극대화돼 보였던 게 아닐까? 처음에는 카메라 워킹 앵글이 낯설었다. 전부 핸드헬드(들고 찍기)로 찍더라. 그런데 방송으로 보니 내가 연기한 걸 100%, 200% 전달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방송 시청률은 1.7%였다
- 주눅이 들더라. 저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 작품 무조건 된다'고 생각했었다. 나름 오래 연기 활동을 해왔으니까 예상하는 수치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적은 시청률이었다. 멘붕이었다고 할까? '이게 맞지 않는 드라마였나?' '어떻게 하지?' 막막했는데 하루 만에 걱정을 싹 지웠다.

그도 그럴 것이 23.8%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기고 종영했다
- 거기까지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하하. 거기까지 미치니 남의 일 같더라. 제게 일어난 일 같지 않았다. 말로는 '와! 시청률 20% 정말 대단하지!' 하는데도 정작 실감이 잘 안 난다고 할까.

주변 반응을 보면 실감이 날 거 같은데
- 주변에서 좋은 반응을 많이 보여줄 때마다 깨닫는다. 주변 친한 엄마들과 동료 연예인들이 좋아해 준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만 해도 동네 엄마들과 친하게 지냈었는데 이제는 각자 바빠서 이전처럼 어울리지 못했었다. 그런데도 마지막까지 본방 사수를 해주면서 응원해주더라. 'SKY 캐슬' 주변반응을 모아서 제게 보내주기도 한다. 정우성 씨나, 이정재 씨, 김나운 언니도 드라마의 열혈 팬이라서 연락 닿을 때마다 좋은 말들을 많이 해준다.

어린 팬들도 많이 생겼더라
- 너무 고맙다. 그런데 내 일정이 끝날 때까지 앞에 서 있는 건 마음이 불편하다. 날도 추운데. '너희 공부해야하지 않냐'고 하니까 '언니 저 성인이에요'라고 하더라. 공항에도 와주고. 고마운 마음뿐이지. 저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제게 꼭 '배우님'이라는 호칭을 붙여주고 제 작품과 연기를 보고 좋아하게 된 경위며 느낀 점들을 세세하게 써주더라. 특징이라면 특징일까? 그걸 읽고 있으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JTBC 드라마 'SKY 캐슬' 염정아[사진=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앞서 언급한 대로 오래 연기를 하다 보면 감이 올 때가 있지 않나. 'SKY 캐슬'은 어땠나? 왜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 조현탁 감독님과 JTBC '마녀보감'을 함께 했다. 신뢰를 쌓고 있었고 '꼭 다음 작품도 믿고 같이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제안받은 거다. 운이 좋았던 거지. 우리 드라마의 메시지인 '한 가정이라도 살려보자'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알려주자'는 취지에 정말 공감을 많이 했었다. 또 전체 드라마와 메시지 극 중 인물과 인물 군상 등이 굉장히 재밌게 다뤄지더라.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내면 집중하게 되는 '뭔가'를 만들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촬영' 할 때와 '본방송'이 시작되었을 때는 또 달랐을 거 같다. 1회 방송을 보고는 어땠나?
- (김)정란 언니 왜 저렇게 잘하지? 하하하. 배우들끼리 '우리 다 어떻게 하냐'고 했다. 긍정적인 자극을 준 셈이다. 1회 방송이 나갈 땐 이미 6회 방송을 찍고 있을 때였다.

한서진은 가장 많은 인물과 부딪치는 캐릭터다. 상대 배우로 하여금 연기가 달라지거나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때도 있었을 거 같은데?
- 저는 원래 준비나 설정을 다 해 가지 않고 대본만 꼼꼼히 본 뒤 대사만 착실하게 가져가는 타입이다. 제가 뭘 준비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상대가 연기하는 걸 보면 또 달라지거든. 다만 '이 사람과 이전에 어떤 관계였나'는 철저하게 따지고 계산한 뒤 현장에 갔다. 우리가 전 신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고 어떤 긴장과 무드를 가졌는데 메모해두는 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 드라마에서 맥이 끊기니까. 그걸 잡는 게 중요한 거 같다.

한서진의 대사인 '아갈머리'는 신드롬 급 인기를 얻었다
- 이렇게 유행하리라 생각을 못 했다. 다만 내가 그 연기를 할 때 너무 재밌는 거다. 교양 있는 척하면서 그런 상스러운 말을 한다는 게. 연기 톤도 그렇게 잡았는데 '어떻게 하면 이 대사가 더 재밌게 보일까?' '방송에 나가면 어떨까?' 고민했었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쓰기 뭐한 말인데.

한서진 성대모사나 '쓰앵님'도 패러디가 됐다
- 제가 '쓰앵님'이라고 하는 줄 몰랐다. 난 그게 유행어인 줄 알았어. 처음에 주변에서 '쓰앵님' '쓰앵님' 하기에 그게 무슨 말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인싸' 같은 신조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그게 '선생님'을 제 발음대로 '쓰앵님'이라고 쓴 거더라. '내가 언제 저렇게 했어' 싶었는데 방송을 보니까 진짜 '쓰앵님'이라고 하더라. 하하하. 신경이 쓰이긴 하는데 멈출 순 없었다.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소는 '추측성 스포일러'였다. 하나하나 의미를 찾아가는 등 팬들의 열정이 돋보였는데
- 의미 부여를 하는 게 꽤 있더라. 범인을 두고 꽤 일리 있는 여러 추측을 보았다. 제가 들은 것 중 가장 놀랍고 당혹스러웠던 건 혜나가 제 딸이라는 이야기. 하하하. 저는 궁금한 건 못 참아서 뒤에서 막 물어보곤 했다. 아니더라고. 그래서 저는 줄거리에 관해서는 조금 알고 있었다. 결말에 관해서도.

한서진의 패션도 화제가 되지 않았나
- 드라마가 인기 있으니까 한서진의 모든 게 좋아 보였던 거 아닐까. 시나리오 그대로 스타일링 되어있다. 그레이스 켈리보다 진주가 잘 어울리는 여자라고 해서 그레이스 켈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방송 초반에는 모티브를 얻은 걸로 의상 아이디어도 냈었는데 후반에는 정신없이 찍느라. 스태프들이 고생했다.

JTBC 드라마 'SKY 캐슬' 염정아[사진=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청년배우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는데. 염정아의 눈에 띄었던 청년 배우들이 있다면?
- 저는 역시 우리 예서랑 예빈이다. 어떻게 연기하는지 눈앞에서 보지 않았나. 너무 잘한다. 대본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다 준비해온다. 예서는 발음도 좋고 정확하게 대사를 표현하는 친구고, 예빈이는 정말 잘 운다. 자기가 찍을 때도 울고 제가 찍을 때도 운다. 멀리서 아이들이 찍는 걸 보면서 '나이도 어린데 어쩜 저렇게 잘할까' 하면서 '와, 나는 저때 왜 저런 걸 몰랐을까?' 싶다.

지난해 영화 '완벽한 타인'부터 드라마 'SKY 캐슬'까지 연타석 홈런이다
- 노력은 꾸준히 해왔다. 운이 안 따라줬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어떻게 한 드라마를 볼 수 있을까? 옛날에는 시청률이 더 잘 나오긴 했지만 지금은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 않나. '완벽한 타인'부터 '뺑반' 'SKY 캐슬'까지 좋은 작품들을 연달아 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다.

워킹맘과 여배우로서 어떻게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나?
- 힘들다. '밸런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어제도 영화 '증인' 시사회에 다녀와서 늦게 집에 돌아왔다. 제가 사인해야 할 아이들의 신청서 등등이 잔뜩 쌓여있더라. 그거 다 챙기다 보니 오늘 아침에도 인터뷰에 늦을 뻔했다. 이게 내 현실인 거다. 아이들도 새 학년에 올라가는데. 언제 준비하나 모르겠다.

숏커트로 헤어스타일 변신 이후 반응이 정말 좋은 거 같다
- 다들 잘 어울린다고 해서 조금 더 유지할까 하는데. 회사에서는 머리를 기르라고 한다. 하하하.

염정아의 2019년 계획이 궁금하다
- 차기작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찬찬히 읽어보고 빨리 결정하려고 한다. 재밌는 연기를 해야 하니까. 또 곧 영화 '미성년' 개봉이 앞두고 있으니 관객들과는 금방 만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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