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명대사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자는 말은 식상하다. 큰 바닷새 앨버트로스가 창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나무와 숲만 볼 게 아니라 산과 산맥을, 아시아와 세계를 줌인-줌아웃하며 통찰하라. 새 앎이 보이고 새 길이 열리리라."
<강효백 경희대 교수>
남을 알고 자신을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하지만 남을 알기는 쉬우나 자신을 알기는 어렵다. 자신의 눈만으로 객관적인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기 힘들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타인을 거울삼아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이 있다. 한데 여기에서 주의할 것은 특정 1인보다 여러 사람을 거울 삼아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 그 특정 1인의 거울이 깨진 거울이거나 왜곡된 거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3회에 걸쳐 한국의 현행 ‘애국가' 자체를 이따금 일본의 국가 기미가요를 대조해가며 정밀 분석해 보았다. 하지만 이런 것만으로는 애국가의 시(是)와 비(非), 정(正)과 오(誤), 미(美)와 추(醜)등을 정확히 판단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2019년 2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국가(國歌)의 수는 193개 유엔 회원국에다가 대만, 코소보, 북사이프러스, 서부 사하라 등 유엔 비회원국과 국제미승인국 9개국의 그것을 더한 202개다.
즉, 우리에게 일본이라는 1개의 거울만이 있는 게 아니라 201개의 거울이 있다는 예기다. 필자는 지난 달포 동안 밤잠을 잊은 채 우리의 애국가를 201개 거울에 비추어 보듯 201개 외국 국가(國歌)의 가사와 작사자, 곡과 작곡자, 법적 지위 등을 전수 비교 분석했다. 그 중에서 청취가 가능한 158개 국가(國歌)는 직접 들어 보기도 했다.
◆7개 주요 거울(國歌)들에 비춰본 애국가
우선 미·중·러·일 주변 4강, 우리나라 수출 3대 상대국 베트남, 떠오르는 잠재적 초대강국 인도,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살벌한 가사를 담은 국가(國歌) '라마르세예즈'로 유명한 프랑스 등, 7개 주요 '거울'을 선택했다. 즉 이들 7개국 국가 가사(일부 또는 전부)와 작사자와 작곡자를 간략히 소개하려 한다.
우선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지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베트남 국가(國歌)의 가사와 작사자 작곡자다. 이는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이 각종 국제대회에서 경기 시작 전 부르는 노랫말이기도 하다.
1) 베트남 : 진군가(Tiến Quân Ca)
베트남 군대여, 전진하라! 조국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함께 단결하라. 우리의 바쁜 행진은 높고 험준한 길로 걸어갈지니, 우리의 국기는 승리의 붉은 피, 조국의 영혼이 깃들어져 있도다. 영광스러운 길은 우리의 적을 이겼도다. 모든 궁핍을 극복하라, 우리는 저항의 기반을 함께 만들어 나가리. 모든 인민들의 구원을 위해 투쟁하라, 전장에서 서두르라! 전진하라! 모두 함께 전진하라! 우리의 영원한 베트남은 강하도다. (총 2절중 1절).
▷작사자 겸 작곡가: 응웬반까오(阮文高, 1923~1995)는 베트남의 현대 3대 작곡가중의 하나이며 애국시인이자 화가이다.
베트남이 1954년, 1973년, 1979년 각각 차례로 물리친 열강 대국 프랑스와 미국, 중국의 국가도 살펴보자.
2)프랑스 : 라마르세예즈 (La Marseillaise)
일어나라 조국의 아이들아, 영광의 날이 왔도다! 우리에 대항하여, 압제자의 피 묻은 깃발이 일어났도다. 들리는가 저 들판의 흉폭한 병사들의 고함소리가? 놈들이 우리의 지척까지 와서
우리의 아들과 아내의 목을 베려 한다! (총 7절중 1절)
▷작사자 겸 작곡자 : 1792년 프랑스 공병 대위 루제 드릴이 적국이던 오스트리아에 출정하는 프랑스 병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하룻밤 사이에 작사와 작곡을 했다.
3)미국 : 별이 빛나는 깃발((The Star-Spangled Banner)
동이 트는 오늘 새벽에도 어제 석양 빛 속에도 가슴깊이 환호하고 있던 깃발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본다. 그 누구의 광활한 띠이며 빛나는 별들이기에 우리를 감싸는 성조기는 치열한 전투 중 우리가 사수한 성벽 위에서도 의연히 나부끼고 있었다. 붉게 타오르며 작렬하는 포화와 치열한 폭탄 속에서도 우리의 성조기가 우뚝 서 있음을 우리는 보았다. 오! 자유의 땅, 용감한 백성의 땅 위에 성조기는 지금도 휘날리고 있다. (총 5절중 1절)
▷작사자 : 법률가이자 시인 프랜시스 스콧키가 영국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휘날리는 맥헨리 요새의 미국 국기를 보고 감격하여 1814년 작시
▷작곡자 : 존 스태포드 스미스(무명인사)
4)중국 : 의용군 행진곡(義勇軍 行進曲)
노예 되기 싫은 사람들아! 우리의 피와 살로, 우리의 새 장성을 쌓자! 중화민족에 닥친 가장 위험한 시기, 억압에 못견딘 사람들의 마지막 외침. 일어나라! 일어나라!! 일어나라!!! 우리 모두 일치단결하여, 적의 포화를 뚫고, 전진하자! 적의 포화를 뚫고, 전진! 전진! 전진! 전진하자!
▷작사자 : 톈한( 田漢). 중국 현대 신극운동의 최고 지도자. 항일 전쟁 중 많은 항일 희곡을 집필한 중국 현대 문화계·극작가 협회의 대표인물
▷작곡자: 녜얼(聂耳). 작사자 텐한이 옥중으로부터 은밀하게 보낸 가사에 맞추어 작곡, 일본 여행시 의문의 변사 향년 24세(일본 관헌에 의한 모살설)
5) 인도 : 모든 인도인의 마음 (Jana Gana Mana)
그대는 우리 모든 사람의 마음의 지배자, 인도의 운명의 조정자다! 그대의 이름은 펀자브, 신드, 구자라트와 마라타, 드라비다와 오리사와 벵골의 마음에서 깨어난다. 그 이름이 빈디아의 언덕과 히말라야 산맥에 메아리치고 갠지스 강과 야무나 강의 노래와 섞이며, 인도 바다의 파도의 찬송을 받는다. 그들은 그대의 축복을 빌고, 그대의 찬사를 노래한다. 그대의 손에서 모든 이가 구원을 기다린다. 그대 인도의 운명의 조정자여 승리, 승리, 그대에게 승리를.
▷작사자 겸 작곡자 : 아시아 최초의 노벨 문학 수상자 라빈드라나트 타고르(Rabindranath Tagore). 1911년 작 타고르는 현대 인도 문학을 대표하는 위대한 시인 겸 작가 겸 교육가. '기탄잘리'의 저자이며 ‘동방의 등불 코리아’를 노래한 시인.(1)*
6)러시아 : 러시아 연방 찬가 (Гимн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우리의 신성한 나라여, 러시아, 우리가 사랑하는 조국이여!강인한 의지와 위대한 영광이너와 언제나 함께 하리라!(3절 중 1절) 찬양 받으라, 우리의 자유로운 조국이여,오랜 형제 민족들의 연합이여,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민중의 지혜여! 찬양받으라, 조국이여! 우리는 그대가 자랑스럽다!(후렴)
▷작사자 : 세르게이 미할코프. 러시아의 대표적 희곡작가, 시인, 동화 작가
▷작곡자 :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프 .작곡자 교육자 예술학 박사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 역임
7)일본 : 기미가요 (きみがよ)
군주의 치세는 천대부터 팔천대까지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
▷작사자: 905년 출판된 '고금화가집(古今和歌集)'에 수록된 단가, 일왕이 헨조 대사의 칠순을 축하하며 기미가요를 보냈다는 기록 있음.
▷작곡자: 오쿠 요시이사와 하야시 히로모리가 만든 선율을 독일 군악대 교관 프란츠 에케르트 가 서양식 화음으로 편곡.
일본의 기미가요는 세계에서 가장 짧고 간결한 가사(일본의 전통 정형시 와카(和歌)의 5·7·5·7·7의 31글자)에다가 전통 아악을 담은 노래로 늘어지고 힘 빠지는 곡조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래도 일본의 국가는 자국의 고유한 역사성과 정체성을 담고 있는 노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애국가는 ‘현재진행형’ 종일매국의 노래, 폐지하라
상술한 베트남·프랑스·미국·중국·인도·러시아·일본 등 7개 국가처럼 세계 대다수 국가(國歌) 가사는 모두 자국의 역사성과 정체성, 영광과 힘 또는 자연을 노래하는 숭고미와 비장미, 우아미를 정제한 노랫말을 담고 있다. 곡조 또한 장엄한 행진곡풍으로 활력과 사기를 북돋아 주는 멜로디가 대부분이다. 물론 일본의 기미가요처럼 침울한 장송곡풍이나 아일랜드나 영국, 독일처럼 서정적이고 평화스러운 가사와 곡조의 나라도 없지 않다.
그러나 세계 대다수 국가(國歌) 작사자와 작곡자는 예외 없이 자국의 대표적 저명 문인이나 애국인사 아니면 자국을 가없는 사랑으로 노래한 자국의 보통사람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애국가는? 애국가 속에는 파아란 일본소나무가 철갑을 두르고 있고, 애국가 속에는 시뻘건 일장기와 전범기가 펄럭거리고, 애국가 속에는 노오란 싹 종일매국 적폐무리도 숨어 있다.
애국가의 작사자 윤치호와 작곡자 안익태를 용서할 수는 없어도 이해할 수는 있다.
윤치호가 애국가 가사를 작사한 1907년 당시 대한제국은 이미 주권국가가 아니었다. 일본의 피보호국이었다. 따라서 애국가 가사의 ‘남산’, ‘소나무’, ‘대한사람’, ‘우리기상일세’, ‘우리나라 만세’는 피보호국 한국, 한국인이 아니라 보호국 일본, 일본인이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밝은 달’ 로 축소 조작된 단어만이 태양(일장기 욱일기) 일본을 비추는 피호보국 한국, 한국인이었다.
안익태가 1942년 만주국 건국 10주년을 경축하는 만주환상곡과 그 마지막 피날레의 한국환상곡의 애국가를 연주할 당시 만주나 한국은 주권국가가 아니었다. 대일본제국의 괴뢰국가로서의 만주국과 식민지로서의 조선총독부령 조선이었다.
잃지 않으려면 잊지 않아야 한다.
다시 상황논리를 극대화하여 윤치호와 안익태를 용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죄악이 오늘날 우리 5000만 국민의 입과 귀에 살아 숨 쉬는 현재진형형이라는 끔찍하고도 엄연한 사실을 잊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리고 193개 유엔회원국은 '한국만 빼고' 국가(國歌)의 이름이 있다. 국가(國歌) 이름이 '애국가(愛國歌)'라는 건 마치 우리나라의 국호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애국가(愛國家)'라는 꼴이다.
대한민국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재삼 촉구한다.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100년 대한민국을 맞이해 하루빨리 이름도 가사도 곡도 작사자도 작곡자도 엉망인 '가짜 애국가'를 없애고 국민의 뜻과 지혜를 모아 '진짜 국가(國歌, 國家)'를 만들 것을 간곡히 당부하는 바이다.
◆◇◆◇각주
(1)* 우리에게 '동방의 등불'로 알려져 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로 유명한 인도의 대문호 타고르는 1916년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제국주의적 야욕에 관해 경고를 서슴지 않았다. “일본이 다른 민족에 입힌 상처로 일본 스스로가 고통을 당하게 될지도 모르며, 일본이 주변에 뿌린 적의의 씨앗은 일본에 대한 경계의 장벽으로 자라날 것이다.” 타고르의 예언이 정확했음은 태평양 전쟁과 이후의 역사가 고스란히 증명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