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식시장이 외국인만 쳐다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급락했던 증시가 외국인 집중매수에 상승 전환했지만, 다시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서자 코스피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2041.04였던 코스피 지수는 올해 1월 2204.85까지 올랐다. 상승률이 8.03%에 달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내내 3조7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1월 한 달 동안 전기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4조원가량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월 들어 상황이 반전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일과 7일은 각각 2657억원과 161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하지만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 시한인 3월 1일까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지난 8일 외국인들은 2769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에만 코스피는 1.20%나 빠졌다. 개인이 3313억원치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외국인들의 '팔자'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11일도 외국인들은 56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이 114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간신히 5거래일 연속 하락은 막았다.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17%(3.68) 상승한 2180.83으로 마감했다.
우리 증시를 좌우할 외국인의 수급 변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 정상회담 무산으로 무역협상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신중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무역협상과 미 연방정부 업무중단(셧다운) 재개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데에 경계감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무역협상 판이 깨진 것이 아닌 점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인 순유입 기조는 이어지더라도 유입 강도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 진행되는 미·중 고위급 협상은 증시에 중요한 이벤트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지속 여부도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결과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