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의눈]중국이 윤봉길을 '실패한 자객'이라 말할 자격이 없는 까닭

2019-02-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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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거 직후 일본경찰에 연행되는 윤봉길의사. 1932년 '노스차이나 데일리'에 실린 사진.]


2019년 1월 중국 상하이의 역사전시회에서 윤봉길의사(1908~1932)를 '실패한 자객'으로 소개했다. 우리 정부가 항의하자 주최측은 '성공한 의사(義士)'로 수정했다고 한다. 실패한 자객이 하루 아침에 성공한 의사로 바뀌는 것도 얄궂지만, 역사란 것이 조금만 긴장만 낮추면 누군가가 왜곡할 수 있는 '기억의 취약' 위에 서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윤봉길의거는 1932년 4월29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열린 '일본왕 생일 기념 및 전승 기념 행사'에서 물통형 폭탄을 던져 일본군 총사령관 시라카와 대장 등 수뇌부를 사망케한 사건이다. 일본은 시라카와의 사망을 전사(戰死)로 처리했다. 윤의사의 공격이 '전투'였다고 인정한 셈이다.

중국이 이제 와서 저런 식으로 윤봉길을 폄하해서는 안되는 것이, 당시 국민당 정부 장제스총통이 윤의사를 가리켜 "중국 백만대군도 못해낸 일을 조선 청년 하나가 해냈다"고 한 찬사와 개탄을 까먹은 짓이기 때문이다. 24살에 목숨을 내놓고 폭탄을 던진 윤봉길 뒤에는, 임시정부 백범 김구가 있었다. 거사를 치르기 며칠 전, 두 아들에게 쓴 편지는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똑똑히 알게 한다.

<강보에 싸인 두 병정에게 - 두 아들 모순(模淳)과 담(淡)에게>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해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잔 술을 부어 놓으라.
그리고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아라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으니 어머니의 교양으로 성공자를
동서양 역사상 보건대 동양으로 문학가 맹자가 있고
서양으로 불란서 혁명가 나폴레옹이 있고
미국의 발명가 에디슨이 있다.
바라건대 너희 어머니는 그의 어머니가 되고
너희들은 그 사람이 되어라.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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