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저격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9일(현지시간) 2020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소득 불평등 해소를 집중적으로 강조하면서 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을 공약했다.
블룸버그와 CNN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워런 의원은 9일 자신의 지역구인 메사추세츠주 로렌스에서 집회를 열어 내년 대선 출마를 발표했다. 이곳은 1912년 여성과 이민자들을 주축으로 한 방직 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을 벌였던 역사적인 장소다.
워런 의원은 “정부가 부유층과 권력자들을 위해 일한다면 그것은 부패다.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제는 맞서 싸워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어 “부패는 민주주의 암이다. 우리는 강력한 처방으로 이 암을 지워버릴 것이다. 그 처방은 진정하고 구조적인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워런 의원의 대선 캠프에서 소득 불균형 해소가 핵심 공약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내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워런 의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월가 개혁을 위해 만든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특보를 지내며 월가 금융기업들을 떨게 한 인물로 유명하다.
워런 의원은 유력 대선주자로서 최근 부유세 논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폈다. 부유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자산가에 매기는 세금을 의미한다.
워런 의원이 지난달 말 공개한 부유세 계획에 따르면 자산 5000만 달러(약 562억원)인 부유층에는 연간 2%의 세금을 부과하고, 자산 10억 달러 이상에는 연간 3%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워런 의원은 이렇게 확보한 세수를 이용해 학생 부채를 탕감하고 아동 보육 시스템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미국의 소득 격차 및 자산 불평등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으며,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내년 대선을 달굴 핵심 쟁점은 부유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버니 샌더스 의원 역시 지난달 말 350만 달러 이상을 상속받은 0.2% 부유층에 최고 77%의 상속세율을 과세하는 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부자 증세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주 실시된 폴리티코/모닝컨설트 여론조사에서 워런 의원의 부유세 계획을 찬성한 응답자는 61%에 달했다. 반대는 20%에 그쳤다. 공화당 지지자들 중에서도 찬성률이 50%에 달했다.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여론조사에서도 부자 증세 지지율이 50%를 기록했고, 23%는 반대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블룸버그는 워런 의원이 내건 과감한 부유세 카드가 민주당 내 진보적인 행동주의자들의 지지를 끌어모으는 강한 유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 약 100만 회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진보 성향 유권자 단체인 진보변화캠페인위원회(PCCC)은 8일 성명을 내고 "워런 의원은 미국을 위해 최고의 대통령이 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워런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