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가 4개월 연속 하락했다. 특히 한 달 사이 금리가 0.13%포인트나 낮아졌다.
3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2.49%다. 이는 지난해 4월(2.47%) 이후 최저다.
그동안 0.02%포인트 수준에서 하락하던 금리가 새해 들어서 0.13%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이는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상품 편입이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저축은행 예금상품을 퇴직연금에 편입 가능하도록 감독규정을 개정했다.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진출 기준인 신용등급 'BBB-' 이상을 충족한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퇴직연금 상품시장에 뛰어들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현재 수익률이 높은 저축은행 상품에 가입하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들의 경우 퇴직연금 정기예금 잔액이 2400억원 안팎을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렇게 퇴직연금 상품을 통해 유입되는 고객들은 10~30년에 달하는 장기고객이다. 장기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저축은행으로선 퇴직연금 상품 가입고객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업권 관계자는 "과거 금리가 높을 때는 정기예금이 장기로도 많이 들어왔는데 금리가 낮아지고 비트코인과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면서 저축은행 예금에 장기로 자금이 잘 안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때는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상품으로 갈아타는 '체리피커'가 많았다. 때문에 저축은행으로선 장기고객 확보를 위해 다른 저축은행보다 특별판매(특판) 등을 통해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퇴직연금 상품 편입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상품의 경우 저축은행이 별도로 영업할 필요가 없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며 "퇴직연금 상품으로 유입된 고객들이 있기 때문에 각 사별로 판매하는 예금상품의 금리를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연초에 대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정기예금 금리 하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낮아지면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규제를 맞추기에도 유리하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작년 말에 특판이나 예금금리 인상 등을 통해 들어왔던 수신고가 높은 데다 연초에는 대출이 적게 나가는 경향이 있다"며 "수신 잔액이 높아지면 역마진이 생길 수 있어서 각 사 저축은행들이 이를 고려해 금리 조정을 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가 낮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은행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에 따르면 동양저축은행은 2.85%, 스타저축은행·참저축은행 2.80%, 대명상호저축은행 2.75%,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2.75% 등은 별다른 조건 없이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