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스타트업, 주 72시간 근무 요구 '논란'...직원들 '워라밸 남의 얘기'

2019-01-31 17:12
  • 글자크기 설정

中벤처기업 CEO, 고소당해...中직장인 주당 평균 5시간 야근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를 중심으로 삶과 일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열풍이 뜨겁지만 중국은 항상 예외다. 주말이나 법정 공휴일에 맘껏 쉬어본 적이 없는데, 올해부터 아예 9시 출근-9시 퇴근, 주 6일 근무가 필수라니. 아직 시작하지 않았지만 앞날이 캄캄하다"

지난 17일 중국 전자상거래 벤처기업 유짠(有贊)이 신년회에서 직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요구했다면서 이 회사의 한 직원이 이같이 폭로했다. 
중국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은 유짠 직원들은 주닝(朱寧) 최고경영자(CEO)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항저우(杭州) 시후(西湖)구 노동부에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주 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에서 '996 문화'를 전면적으로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회사를 위해서 이혼도 불사하라는 말을 하자 직원들이 이에 분노해 그를 고소한 것.

996문화는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일주일에 6일씩 일하는 중국 벤처기업의 문화다. 이와 같이 일할 경우,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72시간에 달한다. 징둥(京東), 화웨이, 샤오미(小米) 등 중국 대표 인터넷기업들의 직원들이 창립 초창기에 자발적으로 장시간 근무한 데서 나온 문화다. 이들은 대부분 내 집 마련 자금과 자녀 교육비 등에 필요한 가계 수입을 늘리고 싶거나 회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에 자발적으로 일해왔다.

하지만 주 CEO는 가정보다는 회사의 일에 시간을 더 투자하라면서 강제적으로 996문화를 요구했다. 그는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華為) 창업자는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어렵다라면서 '이혼하면 해결된다'고 조언을 했다"며 "직원들의 이혼을 원치 않지만, 화웨이의 이러한 문화는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항저우 시후구 노동부시찰팀은 "9시 출근-9시 퇴근, 주 6일 근무의 경우, 회사 내에서 아직 시작하지 않아 논란거리가 될 것이 없다"면서 "하지만 상사라도 야근을 강요할 수 없고, 하루에 3시간 이상 야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야근 강요는 중국 노동법에 위배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중국 사회에서는 초과 근무가 그만큼 '당연스러운 일'로 여겨지기 때문에 '야근 3시간 이상 금지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가 최근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중국 직장인들의 약 3분의 1이 매주 5시간 정도의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업종별 IT, 미디어 분야 종사자들의 야근 횟수'의 경우 근로자의 49.7%가 ‘야근’과 밤샘을 밥 먹듯이 한다고 대답했으며, 서비스업(27.5%), 은행업(20.7%)에 종사하는 근로자들 역시 야근이 무척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이전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직장인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최근 중국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자 상당수 스타트업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감원을 감행하는 등 경영난을 겪으면서 직원들에게 996문화를 강요하는 사례도 늘고 있기 때문.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해 중국 사회과학원이 근로자들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서 업무 생산성과 삶의 질을 높이겠다며 오는 2030년부터 중국에 매일 9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주 4일 36시간 근무제' 실시하겠다고 내세웠지만 도입 자체가 어렵다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