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꽃길’을 외친 한국은 떨어지고 ‘가시밭길’ 일본은 결승에 올랐다. 아시안컵 최고의 흥행 매치가 될 뻔했던 숙명의 한일전도 불발됐다.
한국과 일본의 극명한 차이는 사령탑에서 갈렸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고집을 꺾지 않았고,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일본은 2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중동의 강호 이란을 3-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일본은 대회 통산 최다인 5번째 우승까지 한 걸음만 남겨뒀다.
이날 경기는 사실상 결승전으로 꼽히며 치열한 승부가 예상됐다. 이란의 우세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일본의 압승이었다. 오사코 유야가 2골을 터뜨렸고, 하라구치 겐키의 쐐기골로 이란의 모래바람을 잠재웠다.
일본이 조별리그를 포함해 16강, 8강전까지 무실점 행진을 벌인 우승후보 이란을 상대로 3골을 기록했다는 것이 놀랍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득점 이후 수비에 치중하는 ‘실리 축구’로 힘겹게 4강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란을 상대로는 일본 특유의 공격 본능이 살아났다.
전략의 변화였다. 모리야스 감독은 ‘임기응변’이라고 표현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일본 닛칸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이란이 신체 능력과 체력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앞세워 우리 수비를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우리도 맞싸울 준비를 하고 더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이것이 그동안의 경기와 가장 달라진 점”라고 밝혔다.
이어 모리야스 감독은 “공격과 수비 모두 공격적으로 뛰었다”며 “다양한 상대들과 경기에서는 대응력을 갖고 임기응변을 잘한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일본은 이란을 상대로 후반전 2-0으로 앞선 상황에서도 수비로 물러서지 않고 더 공격적으로 이란을 몰아쳐 후반 추가시간 쐐기 골까지 터뜨렸다.
이번 대회 내내 눈에 보이는 전술과 전략으로 일관한 벤투 감독과 사뭇 다르다. 한국은 8강까지 오르며 상대의 전력은 철저히 무시했다. 오직 ‘빌드업’과 ‘점유율’만 고집하며 효율성이 떨어지는 지루한 경기를 펼쳤다. 한국이 품었던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꿈도 8강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과 함께 허무하게 사라졌다.
일본이 결승을 진출을 확정하던 날, 벤투호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벤투 감독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팀을 이끄는 게 내 역할”이라며 “한국뿐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든지 성적을 못 내면 비판을 받는다. 난 흔들리지 않고 팀을 준비한 대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